가을색이 번지고 있다.

오색 단풍이 남으로 남으로 내리닫고 있다.

들녘에는 결실의 황금물결이 넘실댄다.

억새는 그 찬란한 은빛 미소로 만추의 서정을 노래하고 있다.

나들이의 발걸음이 절로 가벼워지는 때다.

올해는 단풍이 조금 늦어지는 대신 그 어느 해보다 맑고 고울 것이란 예상이어서 나들이길이 한층 기대된다.
[가을여행] 억새 물결에취하고… 단풍 유혹에 반하고… 秋억 속으로

< 단풍 >

◇구룡령 옛길=홍천군 내면 명개리에서 양양군 서면 갈천리로 넘어가는 고갯길이다.

백두대간의 영동과 영서를 잇는 옛길 중에서 그 원형이 제일 잘 보존된 길로 손꼽힌다.

구룡령 휴게소에서 백두대간 등산로를 따라 조침령 쪽으로 20분쯤 가면 구룡령 옛길 정상 알림판이 나온다.

평소에는 아무도 찾지 않는 길은 계속 내리막이라 걷기 쉽다.

2시간쯤 걸리는데 터널을 이룬 단풍이 장관을 이룬다.

하늘로 곧게 뻗은 소나무 군락을 통과하는 길도 신선하다.

포장된 구룡령 56번 국도 주변에 갈천약수,선림원지,미천골계곡 등의 비경이 있다.

◇주왕산=대전사에서 시작되는 주방계곡 길이 편안하다.

학소대 주변의 기암괴석과 어울린 돌단풍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정상 내원마을까지 이어지는 트레킹 길은 시원한 폭포와 소,담이 어울려 절경을 완성한다.

주왕산 자락의 주산지는 영화와 드라마 촬영장소로도 널리 알려진 사진 포인트.물속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왕버들과 저수지를 감싸고 있는 암산의 단풍이 그림처럼 어울린다.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아침 저수지 풍경이 특히 몽환적이다.

맑은 날 늦은 오후에 더욱 짙어지는 단풍색에도 감탄사가 터져나온다.

◇적상산=험준한 바위절벽과 빨간 단풍이 그림처럼 어울리는 산이다.

그 모습이 여인네가 붉은 치마를 두른 듯 하다고 해서 이름붙여졌다.

조선시대 사서를 보관한 4대 사고지 중 하나로 아이들 역사체험길로도 안성맞춤이다.

고려 공민왕 때 최영장군이 쌓았다는 적상산성과 고려 충렬왕 때의 사찰 안국사가 있다.

사고가 있는 안국사까지 차를 몰고 올라갈 수 있어 편하다.

양수발전소를 만들면서 생긴 산정호수가 내려다보이는 풍광도 시원스럽다.

◇계룡산=갑사계곡의 단풍은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다.

'춘마곡 추갑사'(春麻谷 秋甲寺)란 말이 그냥 생긴 게 아니다.

갑사계곡 진입로변의 시골집 마당에 발갛게 익은 감나무 풍경이 고향마을에 온 것처럼 푸근한 느낌을 준다.

갑사 경내의 불당과 어울린 단풍이 남다르다.

정상 금잔디고개에 이르는 계곡길에도 오색단풍이 어울려 있다.

용문폭포 일대의 단풍 분위기가 압권.금잔디고개 너머 남매탑과 동학사로 이어지는 암릉길의 단풍도 은은하다.
[가을여행] 억새 물결에취하고… 단풍 유혹에 반하고… 秋억 속으로

< 억새 >

◇민둥산=억새여행 1번지다.

윗발구덕까지 차로 올라 억새 트레킹을 할 수 있다.

정상까지 35분 정도 걸린다.

평탄한 길은 아니지만 아이들도 무리없이 오를 수 있다.

정상 50m께부터 산의 모습이 확 달라진다.

어른도 몸을 가릴 수 있을 정도로 키 큰 억새가 가득하다.

정상의 산불감시초소에서 보는 억새밭 풍경이 환상적이다.

증산초등학교쪽 능선과 반대편의 지억산쪽 능선까지 억새의 은빛 꽃물결이 넘실댄다.

해질녘이 더 장관이다.

온 산이 황금가루를 뿌려놓은 것처럼 빛난다.

28일까지 억새축제를 벌인다.

◇오서산=주능선 일대에 펼쳐진 억새밭 풍경이 그만이다.

산은 해발 790m로 높지 않지만 부드러운 능선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산세가 억새 트레킹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정상은 사방이 일망무제로 탁 트여 있다.

원산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떠 있는 잔잔한 서해풍경이 한눈에 잡히고,바람에 물결치는 황금들녘도 마음을 넉넉하게 해준다.

광천 젓갈시장이 필수코스.서늘한 토굴 속에서 숙성시키는 토굴새우젓이 입맛을 돋운다.

◇화왕산=정상의 화왕산성 주변에 펼쳐진 10리 억새평원이 장관이다.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 너른 분지에 하얀 억새꽃이 솜이불처럼 덮인다.

보통 자하곡 매표소에서 출발한다.

삼림욕장 바로 아래에서 산행로가 세 갈래로 나뉘는데 제2 코스가 제일 짧다.

가파른 돌계단이 1.2㎞나 이어져 있다.

그만큼 힘들어 환장고개라고도 부른다.

정상의 억새평원은 그 어려운 산행길을 보상하고도 남는다.

새벽의 안개 낀 억새평원 풍경도 좋다.

20일 제36회 화왕산 갈대제가 열린다.

인근에 우포습지가 있다.

◇재약산·신불산='영남알프스'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산이다.

영남알프스는 밀양,청도,울산 경계의 해발 1000m급 천황산,재약산,간월산,신불산,취서산 등의 산군을 일컫는 말.그 풍경이 유럽의 알프스와 맞먹는다는 뜻에서 붙여졌다.

재약산 사자평고원과 신불산에서 취서산에 이르는 신불평원이 억새평원으로 이름높다.

재약산의 경우 표충사계곡(옥류동천)을 물들이는 단풍도 즐길 수 있다.

산세가 부드러운 편이어서 산행하기 어렵지 않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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