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미국PGA투어 '1급 대회'에서 2승을 올리며 아시아선수로는 최초로 남자골프 세계랭킹 10위권에 진입한 최경주(37·나이키골프)가 11일부터 열리는 신한동해오픈을 통해 고국팬들과 만난다.

지난 8일 오후,꼭 1년 만에 귀국한 최경주는 기자회견·방송출연·연습라운드 등으로 분주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오는 19일 미국으로 떠날 때까지 열흘 남짓 한국에 머물지만,하루에도 두세 개의 행사가 기다리고 있어 고향의 부모님을 찾아뵐 시간조차 내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올해 '골프의 전설'인 잭 니클로스와 타이거 우즈가 주최한 대회에서 2승을 올리며 목표했던 세계랭킹 10위 내에 진입했다.

스스로 올시즌 점수를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85∼90점을 주고 싶다.

3년 전쯤 '3년 후에는 세계랭킹 톱10도 가능하겠구나'라는 느낌이 왔는데 그것이 현실화됐다.

그러나 항상 말하지만,아직도 '내 잔'은 채워지지 않았다."

―항상 더 나은 스윙을 위해 교정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스윙은 당초 목표에 어느 정도 도달했는가.

"스윙 교정작업은 어느 정도 끝났다.

그러나 완전이 몸에 배지는 않았다.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피로할 경우,스케줄이 분주하거나 방심할 경우 예전 스윙으로 돌아간다.

스윙은 늘 변하는 것 같다.

따라서 스윙교정은 평생 해야 하는 작업으로 생각한다.

또 교정한 스윙이 자리잡으려면 평소 에너지를 세이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최근 스윙스피드는 얼마나 나가나.

"시속 116∼117마일(186∼187km) 정도다.

프로골퍼들 중 중상급 수준이다."

―아마추어골퍼들이 스코어를 1∼2타 줄이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해준다면.

"단순할수록 스코어는 좋아지는 법이다.

생각이 많아 너무 많은 정보가 입력되면 근육이 스트레스를 받고 그것은 조바심이나 걱정으로 이어진다.

자신감이 생길 리 없다.

스윙도,생각도 심플해야 스코어가 향상된다.

그러려면 부단한 연습을 통해 부드러움을 터득해 둬야 한다."

―벙커샷을 잘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비결이 있나.

"아마추어들이 벙커샷을 실수하는 것은 볼을 너무 잘 떠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벙커샷의 원리는 모른 채 멋지게 치려고 하다 보니,볼부터 먼저 쳐서 '홈런'이 되거나 너무 살짝 쳐서 볼이 벙커를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벙커샷은 '모래의 힘으로 퉁겨 나오는' 원리다.

볼 뒤 2cm 지점을 약간 강하게 쳐주면 클럽페이스를 열지 않아도 볼은 나오게 돼 있다.

아마추어들은 벙커에서 칠 때 일단 '탈출'을 목적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다시 태어나도 골프를 하겠는가.

"그럴 것이다.

골프에 미친 것 같다."

―지치고 힘들 땐 어떻게 극복하는가.

혹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가.

"그럴수록 부단한 연습과 노력,목표를 향한 집념으로 길을 찾았다.

물론 신앙도 큰 힘이 됐다.

미국에 건너갈 당시 세운 목표를 이루기 전에는 한국에 돌아갈 생각은 꿈에도 해보지 않았다."

―언제까지 선수생활을 할 것인가.

"앞으로 5년 정도는 더 할 것 같다.

5년 후면 실제 나이로 44세인데,그때까지는 지금의 페이스대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은퇴 후 계획은.

"국내에 장학(복지)재단을 만들고 싶다.

그에 대한 비전은 분명하게 세워두었으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는 생각 중이다."

―타이거 우즈가 올시즌 7승을 올리며 '독주'하자 주위에서 사람이 아니라고 평가한다.

동료선수들이 볼 때도 '넘지 못할 벽'인가.

"볼을 다루는 기술이나 가지고 노는 테크닉이 여느 선수들과 다르다.

곁에서 보면 멘탈리티나 플레이가 완벽에 가깝다.

동료들도 인정한다.

특히 파워와 유연성을 겸비한 선수인데,파워는 몰라도 유연성 만큼은 우즈를 따를 자가 없다고 생각한다."

―최 프로를 본받으려는 주니어 선수가 많다.

또 최 프로가 단신으로 미국으로 가 성공한 것은 불우 청소년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그들에게 해줄 말은 없는가.

"무엇이든 한 분야에 집중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

골프선수나 불우청소년이나 마찬가지다.

골프의 경우 집중력이 없으면 허공에서 볼을 치는 것과 같다.

불우한 청소년들도 한 분야를 정해 그것에 집중하면 성공할 수 있다."

―한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는데,그렇다면 어려서부터 골프에만 매달려야 하나.

"절대적으로 학업과 골프를 같이해야 한다.

청소년기는 습관이나 지성을 형성하고,배우는 자세를 만드는 데 중요한 시기다.

그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

최소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두 가지를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때까지는 학업을 골프보다 우선해야 한다.

다른 스포츠와 달리 '골프 인생'은 길다.

꽃도 일찍 피면 일찍 진다.

늦게 피어 늦게 지는 것이 더 값지다.

골프는 그런 운동이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