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커 뿐 아니라 측면 미드필더로서 능력도 뛰어나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풀럼의 로리 산체스 감독은 왜 설기현(28)을 선택했을까.

정답은 설기현의 '멀티플레이' 능력으로 요약된다.

설기현은 지난 시즌 초반 레딩에서 윙포워드 역할과 최전방 스트라이커 역할을 함께 소화하면서 4골 4도움의 성적을 거뒀지만 시즌 막판 글렌 리틀과 주전경쟁에서 밀리며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적을 결심하게 됐다.

이 때문에 설기현은 3월 레딩의 스티브 코펠 감독에게 이적에 대한 생각을 내비쳤고, 이후 풀럼과 미들즈브러 등에서 '러브콜'이 오면서 본격적으로 이적을 준비하게 됐다.

당시 설기현은 "풀럼이 나를 원하고 있고 나도 풀럼에서 뛰면 행복할 것 같다.

내가 원하는 건 매주 경기에 나설 수 있는 팀"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이적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레딩은 이번 시즌 개막 초반 주전 선수들이 잇따라 부상을 당하는 불운을 겪게 됐고, 코펠 감독은 주전 공격수들이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하자 설기현의 이적을 반대하고 나섰다.

8월 중순부터 영국 언론을 통해 설기현의 이적설이 제기됐지만 코펠 감독은 이적시장 마감 전날까지 이적설을 부인했을 정도다.

하지만 레딩은 결국 수비수 보강 차원에서 잉글랜드 21세 이하 대표팀 출신의 수비수 리암 로시니어(23)를 영입하고 설기현을 내주는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일단 풀럼에 새 둥지를 차린 설기현의 주전 전망은 밝다.

풀럼의 로리 산체스 감독은 설기현에 대해 "스트라이커 뿐 아니라 측면 미드필더까지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며 "기회를 만들어 낼 줄 아는 선수다.

내가 선수들에게 요구하는 많은 장점을 가졌다"고 칭찬했다.

'멀티플레이어' 능력을 인정한 만큼 산체스 감독은 설기현의 허리 통증이 낫는 대로 실전에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풀럼은 최근 주전 스트라이커 브라이언 맥브라이드가 지난 주말 미들즈브러전에서 무릎부상을 당해 장기결장이 불가피해졌고, 세네갈 대표팀 출신의 미드필더 파파 부바 디오프는 출전시간 문제로 산체스 감독과 불화를 겪은 뒤 포츠머스로 이적했다.

이에 따라 산체스 감독은 공격과 미드필더 공백을 설기현을 통해 막을 공산이 크다.

설기현의 멀티플레이어 능력을 높이 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시즌 초반 1승3패(승점3. 골득실 -2)의 성적으로 19위의 강등권에 머물고 있는 풀럼이 설기현 카드를 통해 기사회생할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