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향해 힘차게 출항한 박성화호(號)가 데뷔전에서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박성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축구대표팀은 22일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축구 아시아 최종예선 1차전에서 중앙아시아의 강호 우즈베키스탄을 맞아 전반 김진규의 자책골로 끌려가다 후반 26분 이상호가 동점골을 뽑아내고 7분 뒤 이근호가 그림같은 터닝슛으로 결승골을 터트려 2-1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은 조 1위만 본선 티켓을 손에 넣을 수 있는 '바늘구멍' 예선에서 먼저 승점 3을 챙겨 기선을 제압했다.

올림픽호는 2차 예선에서 두 번 만났던 우즈베키스탄을 올해만 벌써 세 번째 물리쳤다.

핌 베어벡 감독이 떠나가고 우여곡절 끝에 지휘봉을 잡은 박성화 감독은 위기의 한국 축구를 구해낼 조타수로서 첫 임무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상암벌엔 2만2천여 팬들 밖에 찾지 않았지만 어느 때보다도 통쾌한 한 판이었다.

아시안컵축구와 17세이하(U17) 월드컵에서 지독한 골 가뭄에 시달리던 한국 축구는 올림픽호가 비로소 득점의 물꼬를 텄다.

박성화 감독은 청소년대표 하태균과 기존 해결사 한동원을 전방 투톱에 놓는 4-4-2 전형을 짰다.

백지훈, 오장은이 중원에서 공수를 조율하고 이근호, 김승용이 좌우 날개로 침투했다.

포백(4-back) 라인에는 최철순, 김진규, 강민수, 김창수가 포진했다.

초반 답답한 흐름으로 가다 이내 위기를 맞았다.

전반 21분 정성룡의 기막힌 선방이 없었다면 골을 내줄 뻔했다.

비탈리 데니소프의 크로스를 안바르 라자보프가 머리를 돌려 구석으로 꽂은 볼을 정성룡이 동물적인 순발력으로 몸을 날려 쳐냈다.

3분 뒤 이근호가 마지막 수비 저지선을 허물고 왼쪽 측면을 꿰뚫었지만 중앙으로 빼준 크로스가 정확하지 못했다.

전반 35분 한동원이 골키퍼가 놓친 볼을 낚아채 왼발 터닝슛을 때렸지만 골 포스트를 살짝 빗겨나갔고 41분엔 이근호의 센터링을 하태균이 골키퍼와 겹쳐지며 머리에 맞혔지만 크로스바를 넘겼다.

두 번의 기회를 놓치자 다시 위기가 왔고 어이없는 실수로 선제골을 갖다바쳤다.

전반 인저리타임 바기즈 갈리울린의 프리킥이 문전으로 바운드돼 날아오자 골키퍼 앞에 있던 김진규가 걷어낸다는 게 그만 볼을 빗맞힌 탓에 자기 골문으로 넣고 말았다.

박성화 감독은 후반 6분 한동원 대신 청소년대표 이상호를 투입해 반전을 꾀했다.

후반 22분 갈리울린이 이근호에게 몸을 붕 띄울 정도로 심한 태클을 해 곧장 레드카드를 받았다.

수적 우위를 등에 업은 한국은 파상공세를 폈다.

후반 16분 혼전 중 세 차례 슈팅을 노렸지만 옆그물을 때렸고 2분 뒤 골이다 싶었던 이상호의 헤딩슛은 골키퍼 가슴팍으로 날아갔다.

애타게 기다리던 동점골은 173㎝의 최단신 청소년대표 이상호의 헤딩으로 터졌다.

후반 26분 김승용이 페널티지역 왼쪽 외곽에서 강하게 프리킥을 감아올리자 이상호는 앞쪽으로 쏜살같이 쇄도하며 솟구쳐올라 잘라먹기 헤딩슛으로 우즈베키스탄 골문을 시원하게 갈랐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후반 33분 이근호의 환상적인 터닝슛으로 승부를 결정했다.

이근호는 하프라인에서 올라온 볼을 하태균이 머리로 떨어트려주자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가슴으로 볼을 트래핑한 뒤 몸을 180도 돌리며 왼발 터닝슈팅으로 그물을 출렁였다.

순식간에 터진 슈팅에 골키퍼가 꼼짝하지 못할 정도로 완벽한 '작품'이었다.

박성화 사단은 막판까지 지칠 줄 모르는 공세를 펴 귀중한 승리를 지켜냈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 이영호 배진남 한상용 기자 oakchul@yna.co.krhorn90@yna.co.krhosu1@yna.co.kr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