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신화 재현'을 목표로 내건 청소년축구대표팀이 충격적인 2연패를 당해 탈락 위기에 몰렸다.

박경훈 감독이 이끄는 청소년대표팀은 21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17세이하(U17)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북중미 다크호스 코스타리카를 맞아 전.후반 내내 공세를 주도하다 후반 40분 교체 멤버 마르코스 우레나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내주고 인저리타임에 제시 페랄타에게 다시 1골을 헌납해 0-2로 무릎을 꿇었다.

18일 개막전에서 페루에 0-1로 진 한국은 홈에서 열린 FIFA 주관대회에서 2연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2전 전패로 승점을 단 한 점도 챙기지 못한 한국은 24일 토고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반드시 이겨 조 3위를 한 다음 와일드카드로 16강을 노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코스타리카는 1승1무(승점 4)로 페루(1승1무)에 골득실에서 앞서 조 1위로 올라섰다.

'안방 월드컵'이란 점만 믿고 안이하게 나선 청소년대표팀의 재앙이었다.

박경훈 감독은 페루전보다 좀 더 공격적인 색채를 가미한 전형을 짰다.

부진했던 원톱 배천석을 왼쪽 날개로 빼고 중앙에 주성환을 꽂았다.

오른쪽 최진수를 그대로 둔 채로 공격형 미드필더 겸 처진 스트라이커에 게임 메이커 윤빛가람을 끌어올렸다.

더블 수비형 미드필더엔 한국영, 조범석이 포진하고 포백 라인은 오재석, 임종은, 김동철, 정현윤이 늘어섰다.

코스타리카는 투톱 호르헤 카스트로, 훌리오 이바라가 기회를 노렸다.

한국은 초반부터 맹공을 폈다.

측면 공략 실패를 1차전 패인으로 분석한 박경훈 감독은 2대1 패스와 넓게 펼쳐주는 스루패스로 빠르게 측면을 전개했다.

패스 연결은 빠르게 됐지만 역시 마무리가 문제였다.

크로스가 날카롭지 못했고 공격수들이 자주 슈팅 타이밍을 놓쳤다.

간혹 화려한 개인기를 뽐냈지만 실속이 없었다.

전반 9분 윤빛가람의 프리킥을 배천석이 머리로 맞혔지만 볼이 떴고, 24분 아크 정면에서 윤빛가람이 절호의 슛 기회를 머뭇거리다 놓쳐버렸다.

전반 30∼35분 쉴새없이 슈팅 포화를 퍼부었지만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최진수의 페널티지역 모서리 프리킥과 30m 캐넌슛, 주성환의 중거리슛이 모두 허사였다.

전반 40분 주성환의 오른쪽 측면 돌파에 이어진 리바운드 볼을 윤빛가람이 논스톱으로 연결했다.

전반 가장 결정적인 찬스였지만 골키퍼 레오넬 모레이라의 가슴팍에 맞고 나왔다.

코스타리카는 다비드 구스만의 장거리 프리킥과 이바라의 중거리포로 간간이 역습을 폈다.

후반 이용재를 배천석 대신 투입한 한국은 골대 불운에 땅을 쳤다.

후반 3분 주성환이 거침없이 때린 오른발 중거리슛은 크로스바를 강타하고 나왔다.

3분 뒤 윤빛가람의 왼쪽 돌파에 이어진 크로스와 반대쪽 사각에서 정현윤의 발리슛이 나왔지만 또 수문장 손끝에 걸렸다.

후반 22분 윤빛가람 대신 김의범을 투입한 한국은 주성환이 페널티지역에서 넘어져 순간 환호했지만 오히려 시뮬레이션 액션으로 경고를 받았다.

후반 35분 최진수가 때린 회심의 왼발 슛은 크로스바를 넘었다.

이어 믿기지 않는 참패의 순간이 찾아왔다.

공격에 치중하던 한국은 역습 한 방에 여지없이 무너졌다.

재앙의 시발은 패스 실수였고 길목을 차단하고 역공을 노린 코스타리카가 스루패스로 우레나에게 길을 열어주자 우레나는 유연한 드리블로 문전으로 돌파해 골키퍼까지 제치고 네트를 갈랐다.

이어 후반 인저리타임 페랄타의 드리블에 수비진이 완전히 와해돼 골키퍼까지 뚫리면서 또 실점했다.

더 이상 일어설 기력도 없게 만드는 완패였다.

(수원연합뉴스) 옥 철 한상용 기자 oakchul@yna.co.kr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