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우승 상금이 US여자오픈(56만달러) 다음으로 많은 50만달러 짜리 HSBC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 한국 최초로 우승컵을 안은 이선화(21.CJ)는 박세리(30.CJ), 김미현(30.KTF) 등의 뒤를 이을 차세대 주자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아온 선수였다.

한국여자프로골프 역사에 '최연소 기록' 3개를 보유하고 있는 '골프천재'로 세계 정상급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아왔던 그는 기대대로 LPGA 투어에서 2년 동안 두 차례 우승을 일궈냈다.

지난 2000년 천안서여중 재학 중이던 만 14세 때 프로테스트에 합격한 이선화는 '최연소 여자 프로골프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1위는 장정(27.기업은행)이었고 이선화는 2위였다.

더구나 프로테스트에 합격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여자프로골프2부투어인 미사일 드림투어 1차 대회에서 우승컵을 안아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다.

또 이듬해 정규투어에 합류한 이선화는 MC스퀘어여자대회에서 강수연(30.삼성전자), 정일미(34.기가골프), 신현주(26.하이마트) 등 쟁쟁한 선수들을 2위로 밀어내고 우승했다.

당시 만15세3개월15일 나이로 우승해 한국프로골프 사상 최연소 정규대회 우승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이선화의 최연소 기록 3개는 2001년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가 '만 17세 이하 선수의 프로 테스트 응시'를 아예 금지해버려 앞으로도 깨지지 않을 '불멸의 기록'으로 남았다.

미국 진출도 남달리 빨랐다.

지난 2004년 LPGA 2부투어인 퓨처스투어에 진출한 이선화는 첫해에는 우승없이 상금랭킹 10위에 그쳐 '재수(再修)'의 길을 걸어야 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05년 시즌 이선화는 1승을 포함해 상금랭킹 1위에 올라 LPGA 투어 직행 티켓을 따내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이선화는 숍라이트클래식 우승과 준우승 3차례를 포함해 '톱10'에 7차례나 오르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모건 프레셀(미국), 훌리에타 그라나다(파라과이), 미야자토 아이(일본), 그리고 이지영(22.하이마트) 등 쟁쟁한 신인들이 많았지만 우승컵도 품에 안았을 뿐 아니라 단 한차례 컷오프없이 안정된 플레이를 펼친 이선화를 당해내지 못했다.

올해는 HSBC매치플레이 이전까지 15개 대회에서 '톱10' 세 차례로 작년보다 다소 성적이 처지는 듯 했지만 이번 대회 우승으로 2년차 징크스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LPGA 투어 선수 가운데 이선화의 아이언샷은 힘들이지 않고도 거리와 정확성을 보장하는 간결한 스윙이라고 정평이 나 있다.

이는 LPGA 투어 입성을 앞두고 코치 마이크 밴더와 함께 갈고 닦은 새로운 스윙 덕이다.

또 이선화의 강점은 의외로 나이에 걸맞지 않게 두둑한 배짱이다.

'돌부처'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경기 때 표정 변화가 거의 없고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차분한 경기 운영은 종종 지연 플레이라는 눈총까지 받았던 게 사실이지만 LPGA 투어 입성 후 리듬이 빨라진 대신 차분함은 더 나아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선화의 '포커 페이스'는 1대1 맞대결을 펼치는 매치플레이에서 노련한 선수들도 잇따라 격파하는 무기가 됐다.

부산상고를 거쳐 한때 축구선수로 활약했던 아버지 이승열(43)씨와 김경희씨 사이의 1남1녀 가운데 장녀인 이선화는 2부투어 때부터 부모와 함께 투어를 뛰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