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56) 대한축구협회장 겸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이 27일(이하 한국시간) FIFA 올림픽조직위원장을 맡게 돼 208개 회원국을 아우르는 거대조직 FIFA 내부에서 위상을 강화했다.

1994년부터 FIFA 부회장을 지내온 정몽준 회장이 특정 상임위원회에서 `전담 업무'를 책임지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2년 런던올림픽까지 전 세계에서 펼쳐질 올림픽 예선과 본선 경기를 총괄하는 업무다.

FIFA 올림픽조직위는 각 대륙별로 방대한 예선을 치러야 하는 올림픽 축구의 특성상 FIFA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평이다.

특히 이 위원회가 FIFA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라는 거대 스포츠 기구를 잇는 일종의 `채널' 역할을 하고 있다는 대목이 주목된다.

정 회장 전임으로 이 위원회를 이끈 이사 하야투(카메룬)가 위원장 재임 중 IOC 위원에 선출됐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축구계 안팎에서는 정 회장이 IOC 위원의 꿈을 현실화할 교두보를 FIFA 내부에 마련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5월 FIFA 부회장으로 네 번째 임기를 시작한 정몽준 회장이 궁극적인 목표로 2011년 FIFA `대권'을 염두에 두고 사전 포석을 놓은 것으로 관측하는 분위기도 있다.

정 회장은 `무혈 3선'에 성공한 제프 블래터(71) FIFA 회장에 직접 맞서진 않았다.

블래터가 일찌감치 3선 의사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래터가 70대 중반이 되는 2011년에는 더 이상 회장직에 연연하지 않을 걸로 보고 그 시점을 회장직 도전 시기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정 회장은 과거와 달리 `FIFA에서 마지막 봉사를 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는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FIFA 집행위원으로 오랜 친분을 쌓아온 프랑스 축구 영웅 미셸 플라티니(52)가 레나르트 요한손의 16년 아성을 무너뜨리고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에 당선된 것도 정 회장의 꿈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008년 말 대한축구협회장 임기가 만료되는 정 회장은 더 이상 축구협회 회장 선거에 나서지 않고 FIFA 업무에만 주력할 계획이다.

올림픽 축구를 통째로 떠맡게 된 정몽준 회장이 FIFA 내 위상을 발판으로 IOC 위원과 FIFA 회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