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내 인생의 전부입니다"
프랑스 축구 스타 티에리 앙리(30.아스널)가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5년 만에 방한, 한국 축구팬에 인사를 전했다.

후원사인 스포츠용품 메이커 리복의 초청으로 지난달 31일 입국한 앙리는 1일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방한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앙리는 세계축구를 호령하는 축구 스타로서 삶 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면모들까지 꾸밈없이 드러냈다.

◇축구는 나의 인생
에메 자케 전 프랑스 국가대표 감독은 한때 '앙리가 축구를 하지 않았으면 평범한 길거리 소년으로 남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앙리는 "어린 시절 프랑스 교외에서 어렵게 살았다.

환경이 좋지 않았지만 부모님의 확고한 신념 때문에 축구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면서 "특히 아버지 덕분에 축구를 시작하게 됐는데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축구를 빼놓고는 내 인생을 생각할 수 없다"면서 "축구는 내 인상 자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앞으로의 목표 중 하나로 "뒷바라지를 많이 해 주신 아버지를 더욱 기쁘게 해 드리는 것"이라고 꼽은 그는 "가족이 내가 열린 시각을 갖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줬다"며 가족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앙리는 "은퇴 후의 모습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무슨 일을 하든 아마 축구를 떠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축구 꿈나무들에게는 "환경이 어떻든 성공하고 싶다면 최선을 다하라. 그러면 꿈을 이룰 것"이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한국 축구에 대한 생생한 기억
방한은 이번이 두 번째이지만 앙리는 한국 축구와 인연이 많다.

앙리는 1997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세계청소년(20세 이하)선수권대회 조별리그에서 두 골을 넣어 한국에 2-4 패배를 안긴 주역이다.

앙리는 '당시 골도 넣었는데 기억하느냐'는 질문에 손가락 두 개(2골)을 펴 보이며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앞서 브라질에 0-3으로 완패해 한국을 반드시 이겨야 할 수 밖에 없었다"고도 전했다.

앙리는 "청소년대회에서 누가 우승했는 지가 아니라 당시 선수들이 얼마나 많이 A대표로 성장해 뛰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당시 뛰었던 한국 선수 중 몇 명이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는지 궁금해 하기도 했다.

앙리는 또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는 많은 성장을 했다"면서 "당시 선수들끼리 라커룸에서 '한국이 이렇게 멋진 플레이를 계속 보여준다면 머지않아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을 알고 있다.

모두 기량이 좋은 선수들"이라고 치켜세우면서 "2002년 가장 인상깊은 선수는 기술이 좋았던 안정환을 꼽을 수 있다.

비법을 전수해 준다면 기꺼이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과 2006 독일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선제골을 넣은 것과 관련 "물론 한국 팬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었을 것이다.

1-1로 끝났지만 내게도 무척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뜨거운 응원 문화도 높이 평가했다.

◇'아스널 맨'으로 남겠다
알리는 AS모나코(프랑스), 유벤투스(이탈리아)를 거쳐 1999년부터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아스널에서 간판 스타로 활약하고 있다.

2003-2004 시즌부터 3회 연속 득점 1위에 오르는 등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4차례나 차지했다.

앙리는 "아스널 잔류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항상 대답도 같았다"면서 "난 아스널에 남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아스널 입단은 내 선수 생활의 전환점이었다"면서 특히 "아르센 웽거 감독이 AS모나코를 이끌고 있을 때인 열일곱 살에 그를 처음 만났다.

윙 플레이어에서 센터포워드로 포지션을 바꿔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웽거 덕이다.

리더십은 물론 인간적인 면모에서도 훌륭한 지도자"라며 웽거 감독과 인연을 강조했다.

또 "아스널이 2003-2004 시즌 리그 우승을 차지해 퍼레이드를 했을 때 가장 기뻤다"면서 "이후 성적이 부진했지만 좋을 때가 있으면 나쁠 때도 있다.

좋은 팀이기 때문에 다시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프리미어리그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또 어떤 팀이 승리할 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경기가 진행되는 데다 훌륭한 선수들이 많고, 매번 경기장에 관중이 꽉 들어차는 등 3박자가 맞아 유럽 빅리그 중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