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의 속살인 내금강을 본다는 설렘보다는 비가 와서 진가를 느낄 수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아침 일찍 잠을 깼다.

27일 서울에서 출발할 때 내금강 시범관광에 나서는 28일에 강원도 지역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나와 가방 속에 우의까지 준비해 놓고 내내 불안했다.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도 "비가 오면 어쩌나 하고 수시로 일기예보를 체크했다"면서 "특히 외금강 일대의 날씨가 흐려 걱정이 태산같았다"고 말했을 정도다.

오전 8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간단히 내금강 시범관광 기념식을 마치고 150여명의 관광단은 6대의 버스에 나눠탄 뒤 온정각에서 출발, 안개 속의 금강산 숲으로 빠져들었다.

내금강까지는 1시간 40여분동안 50㎞를 버스로 이동하는데 이 가운데 절반 정도는 비포장 도로다.

버스에는 북측 남녀 관광안내원 1명씩이 동승해 지나는 코스마다 전설과 함께 설명했다.

20여분 뒤 만물상 코스 주차장인 만상정을 지나 본격적인 내금강 코스에 진입했다.

정신없이 커브길을 돌던 버스는 해발 857m 온정굴을 통과하면서 아스팔트 도로는 끝나고 먼지가 날리는 비포장 도로에 진입해 버스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버스는 단풍마을, 금강군읍 등 북측 마을을 통과했으며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보는 북측 주민들의 모습이 이채로웠다.

아슬아슬한 곡예 운전 끝에 도착한 내금강은 관광의 시작점인 표훈사다.

장발의 승복 차림의 스님 두명이 맞이한 표훈사는 신라 문무왕 때 창건된 절로 그다지 큰 절은 아니지만 앞뒤로 웅장한 봉우리와 시원한 계곡물이 흘러 감탄사를 연발하게 했다.

이번 시범 관광에 참여한 연예인들도 도착하자마자 비경을 앞에 두고 사진 찍기에 바빴다.

이번 여행에는 영화배우 김상경, 탤런트 이요원, 오연수, 손지창, 권오중씨 등이 지인들과 함께 동행했다.

표훈사에서 내금강 관광 종착지인 묘길상까지는 4.3㎞다.

북측 현지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구름다리를 3-4개 건너다보면 마하연에 이른다.

신라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마하연은 현재 소실됐지만 곳곳에서 내려다보니 푸른빛이 감도는 계곡 웅덩이가 장관이다.

이후 30여분 정도 완만한 숲속 길을 오르다보면 암벽에 새겨진 거대한 석불이 보인다.

바로 묘길상이다.

묘길상은 문수보살상이라는 한자어로 석불 높이만 15m에 달해 카메라에 한꺼번에 잘 잡히지 않을 정도다.

묘길상 바로 옆에는 비로봉을 가는 산길이 있지만 푯말에 '통행금지'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어 아쉬움이 컸다.

하산 길에 절벽에 위치한 보덕암을 들렀다.

고구려 때 세워졌다가 소실 후 17세기에 재건된 건물로, 20m가 넘는 절벽에 7.3m 구리기둥 하나로 받쳐 짓고 쇠줄로 단단히 고정시켜 아슬아슬하다.

다시 표훈사로 내려와 점심을 먹은 뒤 삼불암을 찾았다.

미륵불, 석가불, 아미타불이 새겨져 있는데 모두 손 자세가 조금씩 다른게 관심을 끈다.

내금강 관광은 차를 타고 이동할 땐 조금 괴로웠지만 막상 차에서 내려 걸어서 내금강의 속살을 구경하다보면 모든 피로가 사라지고 마치 무릉도원에 온 듯한 느낌이다.

현정은 회장은 "지난번에 보덕암을 등반했는데 오늘 다시 내금강에 오니 또다른 느낌"이라면서 "오랜 노력 끝에 내금강 관광이 성사된 만큼 남측 관광객이 많이 찾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등산에 함께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실제로 내금강에 와보니 감개무량하다"면서 "내금강의 장관을 보면서 뛰어난 자연환경에 놀랐으며 많은 관광객들이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강산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