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 아시아예선전에 나설 대표팀 1차 엔트리 55명 중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역시 양준혁(38)이다.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간판타자이자 예비 엔트리 선수 중 최고령인 양준혁은 그동안 드림팀이 8번 출범하는 동안 딱 한번 태극 마크를 달았었다.

1999년 서울에서 열렸던 아시아선수권대회였다.

외야수로 뽑혔던 그는 당시 타율 0.231(13타수3안타)을 때리고 1타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1년 후배인 이종범(KIA)을 필두로 박재홍(34.SK), 이병규(33.LG), 김동주(31.두산), 이승엽(31.요미우리 자이언츠) 등이 단골로 드림팀에 뽑혔지만 양준혁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2003년 삿포로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이어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모두 배제됐다.

내야수로 뽑히기에는 이승엽과 1루 포지션이 겹쳤고 외야수로 선정되기에는 후배들에 비해 수비력을 인정받지 못해 번번이 헛물을 켤 수밖에 없었다.

갈 자리가 없기도 했지만 '큰 경기에 약하다'는 고정관념 탓이었다.

그러나 양준혁은 비슷한 연배의 선수들이 타격에서 하락세를 타고 있는 지금도 넘치는 파워를 앞세워 홈런 13개를 작렬시키며 이 부문 1위를 달리는 등 변함없는 타격실력을 인정 받아 1차 엔트리 55명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1루수 자원이 넘치는 바람에 10년 연속 3할 타율에 도전하는 장성호(30.KIA)가 외야수로 도전하고 '썩어도 준치'인 이종범이 발군의 수비 실력으로 역시 러브콜을 받는 등 쟁쟁한 경쟁자가 버티고 있어 현실은 녹록지 않지만 양준혁이 방망이 실력 하나 만으로도 최종 명단에 뽑힐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이날 발표된 1차 엔트리는 일반인의 예상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예상 가능한 인원이 모두 포함됐다.

미국프로야구에서 현재는 부진하지만 큰 경기 경험이 많은 박찬호(34.뉴욕 메츠)를 비롯해 해외파 대부분이 부름을 받았고 국내 프로야구 투타에서 맹활약 중인 선수들도 자연스럽게 대표팀에 낄 자격을 얻었다.

다만 아마추어 선수 5명이 거론됐는데 이들이 김경문 호에 최종적으로 승선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참패하며 바닥까지 떨어진 한국 야구 위상을 되살리기 위해 지난해 WBC 대표팀에 맞먹는 최강 라인업을 꾸려야 한다는 여론이 높고 이들이 실력으로 프로 선배들을 제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각 포지션별로 대표팀 최강의 조합을 찾기 위한 노력은 시즌 내내 계속될 예정이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평가가 올해도 지속될지, 구관의 명성을 깨뜨릴 다크호스가 집단적으로 출현할지 명예를 건 선수간 치열한 물밑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