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본인들에게도 큰 불행이고 한국 축구로서도 큰 손실입니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을 발굴하는 기회도 될 수도 있겠지요."

이용수 KBS 축구 해설위원은 27일 한국 축구의 '파워 엔진' 역할을 해온 박지성(26.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이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이 불가피하다는 소식을 접한 뒤 이렇게 말했다.

이 위원은 "앞으로 핌 베어벡 감독과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머리가 아파질 것"이라며 "긴 안목으로 보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 축구는 2002년 한.일월드컵축구 4강 신화를 이뤄낸 이후 박지성과 이영표(30.토트넘)에 대한 의존도가 컸던 게 사실이다.

오는 7월 아시안컵축구 본선에서 47년 만의 정상 탈환을 노리는 한국 축구는 대표팀의 주축이던 두 선수가 동시에 장기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전력에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최근 무릎 수술을 받은 이영표는 재활에 최소 3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이고 미국에서 정밀 검사를 받고 있는 박지성은 그 이상 재활 기간이 길어질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차제에 해외파 의존도가 큰 대표팀의 체질을 바꾸고 본격적인 세대교체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지성은 대표팀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또는 측면 윙포워드로 활약해왔다.

이영표는 왼쪽 풀백(윙백)이 붙박이 포지션이다.

우선 측면의 경우 선수층이 두터워 실전 경험만 쌓게 한다면 박지성, 이영표를 대체할 자원이 많다는 게 이용수 위원의 설명이다.

왼쪽 윙백으로 장학영(성남), 김동진(제니트) 등이 있고 오른쪽에도 오범석(포항) 등 젊은 피의 활약이 돋보인다.

윙포워드에도 올림픽대표팀에서 주가를 올린 이근호(대구) 등 눈여겨볼 새별들이 꽤 있다.

여기다 이천수(울산), 설기현(레딩) 등 기존 측면 요원들까지 있어 마음이 놓인다.

문제는 공격 지휘관으로서 박지성이 해낸 역할을 대신할 자원을 찾는 데 모아진다.

4-4-2 포메이션을 쓰든 4-3-3을 사용하든 공격 편대의 꼭지점을 이루는 플레이메이커형 미드필더는 현대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다.

김두현(성남), 김정우(나고야), 백지훈(수원) 등이 그동안 이 자리를 맡아왔지만 중량감과 경험에서 아무래도 박지성보다 떨어진다.

이용수 위원은 "공격형 미드필더의 빈 자리는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박주영 등 공격수를 그쪽으로 돌리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요즘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이청용 등 새 얼굴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어벡호는 청소년대표팀까지 샅샅이 뒤져 박지성, 이영표의 공백을 메울 '대체재'를 찾는 데 골몰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