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31.요미우리 자이언츠)에게는 여유가 흐르고 이병규(33.주니치 드래곤스)에게는 긴장의 눈빛이 역력하다.

일본프로야구 4년차 선수와 루키의 현 처지가 고스란히 읽힌다.

현재 도쿄돔에서 한국인 타자대결을 치르고 있는 이들의 모습은 경기 전부터 사뭇 다르다.

오후 1시부터 러닝으로 훈련을 시작하는 이승엽은 웨이트 트레이닝, 수비 연습, 타격 연습을 차례로 치르면서 여유가 넘친다.

시즌 초반 부진에 대해 "일본 야구 4년차이지만 역시 쉽지 않다"면서도 "7-8월께면 홈런왕 승부가 갈린다"며 앞날을 예견하는 능력이 생겼다.

시즌 흐름을 조망할 수 능력이 없다면 불가능한 발언이었다.

요미우리로 이적한 지난해 주위의 예상을 깨고 타율 0.323을 때리고 41홈런에 108타점을 올리면서 센트럴리그를 정복한 자신감이 지금의 여유를 가져다 줬다.

4일 주니치전 패배 직후에는 "상대 4번 타자인 타이론 우즈와 싸움에서 내가 졌다.

하지만 5일에는 주니치 에이스가 출격하는 날이기에 팀 승리에 보탬이 되는 타점 또는 홈런을 꼭 치고 싶다"며 강한 승부근성을 발휘했다.

패배를 인정할 수 있는 용기와 곧바로 반격하겠다는 자신감이 바로 그 여유의 부산물이다.

반면 일본 진출 첫 해인 이병규는 '적응'이라는 지상 과제 앞에서 스스로 몸을 낮추고 있는 모습이다.

"주위에서 '적응'이라는 말을 삼갔으면 좋겠다.

그 말이 도리어 부담된다"고 말할 정도로 한국 선수라면 누구나 거쳤던 '일본 야구 첫 해 징크스'를 상당히 의식하고 있다.

도쿄에서 방문 경기를 치르다 보니 정해진 훈련 시간이 1시간에 불과해 노닥거릴 시간도 없고 경기 후 따로 인터뷰를 할만한 공간도 없다.

오후 3시 40분부터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그는 러닝과 수비, 타격 훈련을 차례로 마치고 곧바로 경기에 나선다.

한 눈을 팔 새가 없이 움직이고 웃는 낯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만큼 새 분위기에 긴장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내 프로야구 LG 트윈스에서 10년 간 활약하며 받았던 간판 스타다운 대우는 주니치에서 포기한 듯 했다.

오치아이 히로미쓰 감독이 유례 없는 '칭찬 릴레이'를 펼친 덕분에 기대에 보답해야 할 것도 많아졌다.

일본 진출의 선구자격인 선동열 삼성 감독은 3년 전 이승엽이 부진에 빠졌을 때 "등에 붙어 있는 태극 마크를 과감히 떼라"는 주문을 했다.

대한민국 대표 선수라는 부담에서 벗어나 팀에 도움을 주는 일개 구성원이라는 각오로 임해야 일본 야구에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다는 뜻이다.

프로 11년차 신인 이병규는 조용히 그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쿄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