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와 필의 대결'이 화두가 된 제71회 마스터스골프대회가 5일(한국시간) 오후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파72.7천445야드)에서 막을 올린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가 해마다 시즌 첫 메이저대회로 치르는 마스터스는 언제나 같은 장소에서 열리고 있지만 1997년 이후 작년까지 9년은 달라진 코스가 '주제'였다.

함정이 많은 까다로운 레이아웃과 유리알을 방불케 하는 빠른 그린이 자랑거리지만 장타자들에게 속절없이 당한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이 해마다 코스 길이를 늘리는 등 난이도를 높여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년 우승 스코어가 4라운드 합계 7언더파로 떨어지자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은 더 이상 코스에 손을 대지 않기로 했다.

대회에 대한 관심이 비로소 '코스'에서 '선수'로 돌아온 셈이다.

마스터스에 출전하는 선수는 일반적인 투어 대회보다 훨씬 적은 97명.
세계랭킹 50위 이내 선수 등 까다로운 자격을 갖춰야 나올 수 있다.

'마스터스'는 익히 알려진 대로 '명장(名匠)' 반열에 오른 최정상급 선수들만 출전한다는 뜻이다.

출전선수 가운데 관심의 초점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열혈남아' 필 미켈슨(미국)에게 모아진다.

2001년부터 작년까지 6년 동안 마스터스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그린재킷은 2003년 마이크 위어(캐나다)를 빼고 모두 우즈와 미켈슨이 번갈아 입었다.

2004년부터 작년까지 3년은 둘이 그린재킷을 주고 받았다.

마스터스대회가 '타이거와 필의 대결'이 된 사연이다.

1997년, 2001년, 2002년, 그리고 2005년 등 벌써 네 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우즈는 작년에 미켈슨에게 내준 그린재킷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전문가들도 우즈의 타이틀 탈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금까지 우즈는 마스터스에 10차례 출전해 한 번도 컷오프를 당한 적이 없고 '톱 10' 밖으로 밀려난 적도 불과 세차례 뿐이다.

새로운 '황제'의 등장을 알리는 화려한 대관식도 1997년 이곳에서 최연소 메이저대회 우승과 대회 최소타 기록(18언더파 270타)을 세우는 등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을 '텃밭'으로 여기고 있다.

우즈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난생 처음 현지 시간 일요일에도 연습 라운드를 도는 등 타이틀 탈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타이틀 수성에 나선 미켈슨도 이제는 '마스터스의 사나이'로 불러도 손색없는 실적을 쌓았다.

13차례 출전해 열번이나 '톱 10'에 오른 미켈슨은 최근 3년 동안 두 차례 우승을 거둬 오거스타내셔널에 대한 자신감은 우즈를 앞선다.

연습 라운드에서는 16번홀(파3)에서 홀인원의 행운까지 누려 한껏 기분이 고조되어 있다.

하지만 우승 후보가 우즈와 미켈슨만은 아니다.

스포츠 도박사들은 우승 가능성 1, 2위에 주저없이 우즈와 미켈슨을 올려 놓았지만 어니 엘스(남아공), 비제이 싱(피지), 레티프 구센(남아공) 등 이른바 '빅 5' 회원들은 차례로 우승 후보로 꼽았다.

젊고 패기 넘치는 20대 선수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죠프 오길비(호주), 헨릭 스텐손(스웨덴),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찰스 하월3세(미국), 폴 케이시(잉글랜드), 루크 도널드(잉글랜드), 애덤 스콧(호주) 등은 '빅5' 못지 않은 실력을 지닌 신진 세력들이다.

'한국인 첫 메이저대회 우승자는 마스터스에서 나올 것'이라며 은근히 우승의 꿈을 키워온 최경주(37.나이키골프)도 '복병'이다.

2003년부터 올해까지 5년째 마스터스에 빠짐없이 출석하고 있는 최경주는 러프가 상대적으로 짧은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

2004년에는 미켈슨, 그리고 엘스에 이어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호랑이 사냥꾼' 양용은(35.테일러메이드)도 주목받는 출전자 가운데 한 명이다.

양용은은 정상급 선수 못지않은 장타력을 지닌데다 빠른 그린에서 퍼팅을 잘 하는 편이라 기대 이상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