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스코챔피언십 30일 개막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07년 첫 '메이저 퀸'을 놓고 스타플레이어 101명이 벌일 각축전이 30일(한국시간) 막을 올린다.

30일부터 4월2일까지 나흘간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 미션힐스골프장(파72.6천673야드)에서 72홀 스트로크플레이로 열리는 크라프트 나비스코챔피언십은 여러모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꿈의 무대'로 불리는 마스터스와 흡사해 '여자 마스터스'라고 불린다.

해마다 시즌 첫 메이저대회, 특정 코스에서만 계속 개최된다는 점, 그리고 험악한 코스 세팅은 아니지만 빠르고 단단한 그린이 선수들을 울리고 웃긴다는 사실이 그렇다.

메이저대회답게 총상금이 200만 달러에 이르고 우승 상금도 30만 달러나 되는데다 우승자가 18번홀 그린 옆 연못에 몸을 던지는 짜릿한 우승 세리머니는 LPGA 투어 선수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보고 싶은 대회다.

올해는 출전 자격을 갖춘 선수 모두가 '메이저 퀸' 타이틀을 노리고 출사표를 던졌다.

LPGA 투어에서 주류로 자리 잡은 한국인 또는 한국계 선수는 모두 32명이 출전자격을 얻어 늘 그랬듯 '코리언 파티'가 될 전망이다.

이미 메이저대회 왕좌에 올라본 박세리(30.CJ), 박지은(28.나이키골프), 김주연(26.KTF), 장정(27.기업은행)을 위시해 김미현(30.KTF), 한희원(29.휠라코리아), 김주미(23.하이트), 박희정(27.CJ), 배경은(22.CJ), 송아리(21.하이마트), 안시현(23), 이지영(22.하이마트), 이선화(21.CJ), 이미나(26.KTF), 임성아(23.농협한삼인) 등이 출전한다.

또 작년 한국여자프로골프 상금랭킹 1, 2위인 신지애(19.하이마트)와 박희영(20.이수건설), 그리고 일본여자프로골프 상금 2위에 올랐던 전미정(25.투어스테이지)도 초청장을 받았다.

신인은 메이저대회 출전 자격을 얻기 힘들지만 홍진주(24.SK)는 투어 대회 우승자 자격으로 출전권을 받았고 안젤라 박(19)은 스폰서 특별 초청선수로 선정됐다.

그렇지만 한국 선수가 우승할 가능성은 반드시 출전선수 숫자에 비례하진 않는다.

이 대회에서 세 차례나 우승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작년 우승자 카리 웹(호주), 그리고 LPGA 투어 최강자로 등장한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등 '빅 3'도 우승컵에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량이 급성장해 새로운 강호로 등장한 스테이시 프라마나수드, 폴라 크리머(이상 미국), 훌리에타 그라나다(파라과이) 등도 '메이저 퀸'에 오르려면 넘어야 할 걸림돌이 될 공산이 크다.

다음은 관전 포인트.
▲한국 선수 다섯 번째 메이저 챔피언 탄생하나
32명이나 되는 한국인 또는 한국계 가운데 네 명은 메이저대회 우승 경력이 있다.

큰 대회에서 우승을 맛본 경험은 압박감이 남다른 메이저대회에서는 큰 무기.
때문에 박세리, 박지은, 장정 등이 가장 우승 가능성이 높은 선수로 꼽힌다.

특히 올해 명예의 전당 입회가 예정된 박세리는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이 걸려 있어 우승에 대한 집념이 크다.

US오픈과 LPGA챔피언십, 브리티시오픈 등 3개 메이저대회를 모두 석권한 박세리는 유독 나비스코챔피언십 우승컵과는 인연이 없었다.

두 차례나 맞았던 최연소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 기회도 이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 탓에 날려버렸다.

아직 완전히 슬럼프에서 탈출했다는 확신이 없지만 코스를 샅샅이 꿰고 있는데다 지난해 맥도널드LPGA챔피언십 때 보여준 승부 근성과 '한방'이 터져준다면 대기록 달성도 충분한 저력을 지닌 박세리이다.

박지은은 유일한 이 대회 한국인 챔피언. 2004년에 이어 이번 대회 정상 탈환으로 '포스트 소렌스탐' 경쟁에 다시 뛰어 들겠다는 각오다.

생애 첫 우승을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오픈에서 일궈낸 장정도 전초전 격인 세이프웨이인터내셔널에서 3위를 차지하면서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 희소식이다.

LPGA 투어의 '한류열풍'의 중심이면서도 메이저대회 왕관이 아직 하나도 없는 '예비 엄마' 한희원(29.휠라코리아)과 '슈퍼 땅콩' 김미현(30.KTF)도 의욕은 대단하다.

올 여름 출산을 앞두고 이번 대회를 끝으로 시즌을 접는 한희원은 '출산 휴가'를 떠나기 앞서 우승컵을 들어올리겠다는 각오이고 진작부터 '올해 목표는 메이저 우승'라고 공언해온 김미현의 다짐은 말할 나위가 없다.

▲'제2의 미셸' 돌풍도 '코리언' 차지
재미교포 소녀 위성미(18.나이키골프)가 '전국구 스타'로 떠오른 무대가 바로 나비스코챔피언십이다.

2003년 처음 출전해 공동 9위에 오른데 이어 이듬해 4위, 2005년에는 공동 14위, 그리고 작년에는 1타차로 연장전에 합류하지 못하는 등 우승권을 맴돌았다.

미셸 위는 손목 부상이 완쾌되지 않아 출전하지 못하지만 올해 아마추어 초청 선수들이 교포 소녀 일색이라 눈길을 끈다.

현재 미국 주니어골프 랭킹 1위에 올라 있는 에스더 채(18)와 지난해 US아마추어여자골프선수권대회 우승자 킴벌리 김(15), 그리고 미국대학골프 랭킹 4위인 제니 리(19) 등 3명은 우승까지는 어렵겠지만 강력한 아마추어 돌풍을 책임질 후보들이다.

에스더 채는 피겨스케이트를 타다 골프로 전향했고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대학을 다니기로 하는 등 박지은과 닮은 꼴이다.

특히 란초 미라지와 지척인 라킨타에서 살면서 골프를 익혀 미션힐스골프장과 아주 친숙하다.

미셸 위와 같은 하와이 출신인 킴벌리 킴은 가장 나이가 어리지만 대담하고 밝은 성격 덕에 '대형 사건'을 일으킬 수 있는 기대주.
지난해 미국대학골프선수권대회에서 듀크대를 우승으로 이끈 제니 리는 대회장에서 멀지 않은 헌팅턴비치 출신이다.

▲'빅3' 대결의 승자는 누가 되나
국내 골프팬들의 눈길은 한국 선수들에게 쏠리지만 세계 골프 전문가들의 관심사는 무엇보다 소렌스탐, 오초아, 웹이 펼치는 '3파전'에 몰려 있다.

이들 셋은 나비스코와 인연도 깊다.

가장 좋은 인연을 과시하고 있는 선수는 물론 소렌스탐이다.

1996년 준우승으로 미션힐스골프장과 얼굴을 익힌 소렌스탐은 2001년과 2002년 연속 우승을 달성했고 2005년에도 '우승자의 연못'에 뛰어 들었다.

웹 역시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잊을 수 없는 즐거운 추억을 갖고 있다.

소렌스탐에 앞서 2000년 정상에 올랐던 웹은 지난해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면서 우승, 슬럼프 탈출의 계기로 삼았다.

당시 웹은 4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짜릿한 이글을 뽑아내면서 공동 선두로 도약한 뒤 연장전에서 오초아를 제쳤다.

소렌스탐과 웹에게 나비스코가 영광과 환희의 무대였다면 오초아에게는 좌절과 슬픔의 현장이었다.

오초아는 지난해 난생 처음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거머질 기회를 이곳에서 잡았지만 막판 역전패의 쓴맛을 봤다.

코스레코드(62타), 36홀 최소타(133타) 기록을 세우면서 우승 경쟁을 벌이던 오초아는 웹과 치른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버디 퍼트를 놓쳐 눈앞에 뒀던 우승컵을 내줘야 했다.

쇠락기에 접어든 소렌스탐과 아직 정상 컨디션을 찾지 못한 웹을 상대로 오초아가 새로운 '골프여왕' 타이틀에 걸맞은 메이저대회 왕관을 쓰게 될 지가 흥미롭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