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제21회 전국남녀 학생 종별종합 쇼트트랙 선수권대회가 펼쳐지던 과천실내빙상장에서 판정시비로 경기가 1시간 이상 지연되면서 경찰까지 출동하는 추태가 벌어졌다.

대회 3일째 1,000m 경기가 끝난 직후 감독 한 명이 심판 판정을 문제 삼아 대한빙상경기연맹에 심판진을 교체해 달라며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경기가 중단되기 시작했다.

빙상연맹은 일단 경기를 중단하고 대회에 참가한 감독들을 모아놓고 중재에 나섰지만 쉽게 타협점을 찾지 못했고, 관중석에서 경기 속행을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고성이 오가는 혼란스런 상황이 연출됐다.

경기중단 사태가 길어지고 혼란이 가중되자 빙상연맹은 혹시나 생길지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경찰서에 연락, 3명의 경찰이 경기장에 출동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빙상연맹은 지도자들과 논의를 거듭하면서 대회 속행을 위한 설득에 나섰고, 결국 경기중단 1시간여 만에 나머지 3,000m 경기를 진행할 수 있었다.

2005년부터 파벌 문제와 더불어 대회 때마다 계속돼온 판정 문제는 세계 정상을 지키고 있는 한국 쇼트트랙이 치유하지 못하고 있는 고질병이다.

어느 정도 몸 싸움이 용인되는 종목의 특성상 실격 여부를 놓고 판정에 대한 항의가 심하게 나오는 데다 선수는 물론 지도자들 사이에 뿌리깊게 박혀있는 파벌에 대한 피해 의식이 쉽사리 고쳐지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지난해 대표선발전에는 판정 시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외국 심판을 초청했을 정도였다.

빙상연맹 관계자는 "대회를 치를 때마다 판정 시비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심판에 대한 일선 지도자들의 불신은 쉽게 고쳐지지 않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동계올림픽과 동계아시안게임은 물론 세계선수권대회까지 제패하면서 세계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고 있는 한국 쇼트트랙의 어두운 면이 다시 들춰진 씁쓸한 장면이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