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축구연맹(DFB)이 갑자기 혼란에 휩싸였다.

세계 스포츠 용품 업계를 양분하는 아디다스와 나이키가 DFB를 사이에 놓고 한 바탕 '전쟁'을 치를 태세이기 때문이다.

'전차군단' 독일축구대표팀은 전통적으로 자국 브랜드인 아디다스를 입고 월드컵축구 무대를 누볐다.

2006 독일월드컵축구 때도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미주와 아시아 시장을 등에 업은 나이키가 '불'을 질렀다.

나이키는 최근 DFB에 향후 8년 무려 5억유로(6천259억원)를 지원하겠다는 제안서를 냈다고 외신들이 16일(한국시간) 전했다.

DFB와 이미 스폰서 계약을 맺고 있는 아디다스는 작년 8월에 맺은 합의에 따라 기존 계약이 2014년까지 자동적으로 연장된다며 반격을 가했다.

하지만 DFB는 2011년에 계약이 끝나게 돼 있다며 '딴소리'를 하고 있다.

심상찮은 분위기가 감지되자 아디다스가 DFB를 상대로 '분쟁 조정'을 신청할 지경에 이르렀다.

호르스트 슈미트 DFB 사무총장과 헤르베르트 하이너 아디다스 CEO 사이에도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나이키가 독일축구대표팀을 겨냥한 것은 스포츠 용품 업계에서 '일대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보다 앞서 전쟁은 아시아에서 먼저 불붙었다.

일본축구협회(JFA)는 최근 아디다스와 8년 간 150억엔(1천207억원)을 지원받는 스폰서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JFA는 전임 지코 감독 재임 시절부터 아디다스와 탄탄한 관계를 맺어왔는데 나이키가 경쟁에 뛰어드는 바람에 지원금의 규모가 크게 뛰었다.

아디다스는 일본 시장을 '수성'하기 위해 JFA와의 협상에 공을 들인 끝에 간신히 '오심 재팬'을 지켜낼 수 있었다.

국내 축구계에서도 전쟁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프랑스월드컵축구 이전인 1996년부터 나이키와 용품 스폰서 계약을 맺고 있다.

현재 유효한 계약은 올 연말이면 끝난다.

나이키는 5년 간 현물을 포함해 380억원을 지원해왔다.

나이키는 KFA의 우선 협상 대상 업체라 계약 만료 시점 90일 이전까지는 독점적인 협상 지위를 누릴 수 있다.

현재 나이키와 KFA의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데 일본, 독일 사례에 비춰볼 때 스폰서 규모는 최소한 '배' 정도로 뛸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디다스는 본사 차원에서 '베어벡호를 반드시 잡으라'는 특명을 내려 엄청난 규모의 '실탄'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