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를 달고 훈련한 지 이제 10개월입니다. 기적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전북도청)이 일본을 상대로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펼치면서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강양원(전라북도컬링연맹) 감독은 두 손을 높이 들고 자신도 모르게 '대한민국 만세'를 힘차게 외쳤다.

1일 오전 중국과 준결승전에서 9-5로 승리해 결승에 진출한 한국은 지난 2003년 아오모리 대회에서 한국의 금메달을 빼앗아갔던 일본을 상대로 마지막 10엔드에서 역전극을 펼치면서 남자 대표팀에 이어 동반 금메달에 성공했다.

말 그대로 극적인 승부였다.

3엔드에서 일본에 2점을 내준 뒤 3엔드에서 곧바로 1점을 따라 잡았지만 5,6엔드에 연속 실점하면서 8엔드까지 6-2로 뒤져 패색이 짙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한국은 기적을 만들기 시작했다.

9엔드에서 무려 3점을 얻어낸 한국은 10엔드에서 연거푸 2점을 따내 7-6으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2003년 아오모리 대회 때 연장 승부 끝에 6-7로 무릎을 꿇었던 아픈 기억을 한방에 날려버린 성과였다.

강 감독은 경기 전부터 금메달을 확신했다.

앞서 남자 대표팀이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따는 장면을 지켜본 뒤 "걱정마세요.

우리도 금메달입니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예상대로 금메달 시상식에 오른 선수를 자랑스럽게 지켜보던 강 감독은 "지난해 4월 대표선발전에서 우승해 대표팀 자격을 얻은 지 10개월 만에 큰 수확을 거둬냈다는 게 기적"이라며 "열악한 환경에서도 잘 참고 훈련에 매진해 준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비인기 종목과 부족한 지원 때문이었을까.

강 감독은 그동안 훈련 기간에 겪었던 어려움에 대해 토로했다.

강 감독은 "전주에서 훈련하다 보니 어려운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아이스하키와 쇼트트랙과 함께 경기장을 쓰다 보니 빙질이 생명인 컬링 연습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다"며 "남자 대표팀과 꾸준히 정보를 교환하면서 훈련했던 게 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컬링은 전지훈련이 필수적이다.

한국보다 늦게 시작한 중국은 1년 내내 해외에서 훈련하면서 기량이 빠르게 늘었다"며 "국내에도 컬링 전용 경기장이 늘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감독은 특히 "최근 컬링 선수층도 두터워지고 있다.

대기업들의 실업팀 창단이 무엇보다 간절하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창춘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