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동계 스포츠를 대표하는 두 명의 '영웅'이 제6회 창춘(長春) 동계아시안게임을 밝혀줄 성화의 최종주자가 됐다.

어스름이 짙어지는 28일 저녁 창춘 우후안체육관에서 시작된 창춘 동계아시안 개막식의 가장 큰 관심사는 최종 성화주자와 함께 과연 성화가 어디에서 대회기간 타오를 것인가에 쏠렸다.

대회조직위원회는 행사가 시작될 때까지도 국내외 취재진들에게 개막식 내용은 물론 최종 주자와 점화방법에 대한 손끝 만큼의 실마리도 제공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다.

마침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대회 개막선언을 끝내자 실내가 암전되면서 무대 한쪽에서 성화 주자가 뛰어나왔다.

바로 지난 1995년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싱글에서 중국인 최초로 우승메달을 목에 걸었던 천루였다.

천루는 특히 지난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에서도 동메달을 차지하면서 중국 최고의 스포츠 스타로 인기를 누렸던 인물이다.

하얀색 운동복을 입고 무대 꼭대기에서 계단을 통해 내려온 천루는 본부석 앞에서 다음 주자에게 성화봉을 건넸다.

천루의 손에서 성화봉을 이어받은 사람은 지난해 토리노 동계올림픽 이후 은퇴한 남자 쇼트트랙 스타 리쟈준이었다.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과 오랫동안 '라이벌' 관계를 이어왔던 리쟈준은 1995년부터 10년 넘게 가슴에 오성홍기를 가슴에 달고 세계무대에서 활약을 펼쳤던 중국 최고의 쇼트트랙 스타다.

리쟈준은 특히 동계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창춘 출신이어서 행사장을 가득 메운 '고향팬'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성화봉을 든 리쟈준은 곧장 계단을 통해 경기장 바깥으로 뛰어나가 관중과 취재진을 깜짝 놀라게 했지만 곧 이어 행사장 멀티비전을 통해 리쟈준을 기다리고 있는 나머지 4명의 성화봉송 주자들이 나타나는 순간 그동안 감춰졌던 성화 점화의 비밀이 밝혀졌다.

리쟈준은 사격, 쇼트트랙, 축구,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로 구성된 4명의 점화 도우미에게 불꽃을 넘겨줬고, 5명은 창춘 우후안체육관 옆에 자리 잡은 메인 스타디움에 세워진 성화대에 불을 당겼다.

한편 성화 봉송주자로 나섰던 천루는 식후 행사에서 '나비를 사랑한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오랜만에 아름다운 피겨 연기를 펼쳐 큰 박수세례를 받았다.

(창춘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