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이하 한국시간) 일본을 꺾고 결승에 올라 아시안게임 2연속 우승을 눈앞에 두게 된 남자하키 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총체적인 부진에 빠진 구기 종목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조성준 대표팀 감독은 이날 2006 도하아시안게임 남자하키 준결승 일본과 경기를 2-0으로 이긴 뒤 "구기 종목을 대표해서 금메달을 반드시 따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간 거의 대부분의 구기 종목에서 아시아 정상을 자부하던 한국 구기종목은 남자하키 외에는 남자배구, 여자핸드볼만이 순항하고 있을 뿐 나머지 종목에서는 모두 결승에도 오르지 못하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구기 종목 '최후의 보루' 노릇을 하고 있는 남자 하키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결승까지 오른 것이라 더 값어치가 크다는 평이다.

조성준 감독은 "선수들에게 강조한 것이 '우리가 훈련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여건을 우리 스스로 만들자'는 것이었다"고 설명하며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고 연간 180일 훈련 지원 종목이 됐다가 2004년 아테네 대회 부진 이후 150일 종목이 된 아픔을 반복하지 말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조감독은 "10개월 훈련을 하는데 150일이면 한 달에 15일밖에 훈련할 수 없다.

주 5일제라고는 하지만 일수를 맞추기 위해 금요일 오후에 반강제적으로 외박을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 훈련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밝혔다.

남자하키는 또 이번 대회에 감독, 코치 2명만 스태프로 출전해 물리치료사나 매니저 등의 지원도 받지 못한 채 고군 분투하고 있다.

이런 점들 때문에 조성준 감독은 매 경기가 끝나면 첫 소감을 "어려운 여건에서 열심히 싸워준 선수들이 고맙다"고 말해왔다.

조감독은 이날 경기를 마친 뒤 취재진들로부터 다른 구기 종목의 소식을 전해 듣더니 "다른 종목을 말하기는 그렇지만 아무래도 그런 인기 종목들은 이런 절박한 상황을 잘 모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힘든 여건 속에서도 결승까지 진출한 남자하키가 15일 금메달을 거머쥘 수 있을 지 기대된다.

(도하=연합뉴스) email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