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도하아시안게임 양궁 경기가 조직위의 서툰 경기 운영으로 재미가 반감되고 있다.

11일(이하 한국시간)과 12일 남녀 개인전이 열린 카타르 도하의 루사일 양궁장은 약 50명의 한국 응원단을 비롯해 몇몇 팬들이 관중석에 자리를 잡고 응원전을 펼쳤다.

그러나 32강부터 시작된 개인전은 8강이 끝날 때까지 '동시 발사'로 경기를 진행해 양궁 종목의 재미를 반감시켰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이은경 KBS 해설위원은 "국제대회에서는 8강부터 교차 발사를 하는 것이 관례"라며 "8강까지 동시 발사를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교차 발사는 토너먼트에서 맞붙는 2명의 선수가 교대로 한 발씩 쏘며 그 결과가 즉시 알려지는 방식으로 양궁에서 TV 중계의 편의와 종목의 재미를 늘리기 위해 도입한 방식이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는 8강까지 동시 발사 형식으로 경기를 운영해 종목의 재미도 크게 떨어졌고 TV 중계도 4강전부터나 가능했다.

동시 발사를 하게 되면 결과가 실시간으로 확인도 되지 않을 뿐더러 토너먼트의 재미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남자 개인전이 열린 12일 경기도 각 선수들이 8강까지는 나란히 서서 동시에 활을 쏘고 각 엔드가 끝나면 선수들이 직접 과녁까지 가 점수를 확인해 승패를 가리는 식으로 경기가 진행됐다.

점수는 물론 실시간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날 루사일 양궁장을 찾은 팬들은 8강전까지 경기가 다 끝난 뒤에나 겨우 결과를 알 수 있었고 쌍안경 등을 지참하고 나온 양궁 관계자 정도나 겨우 경기의 중간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대표팀 코치를 맡았던 장영술 상무 감독 겸 SBS 해설위원은 "대회조직위원회에서 일몰이 빠르기 때문에 경기 진행을 빨리 해야 한다며 8강까지 동시 발사로 밀어붙였다"면서 "이렇게 되면 양궁이 토너먼트 제를 도입한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물론 카타르가 오후 5시만 돼도 어두워지기는 하지만 남녀개인전 경기가 현지 시간으로 오후 3시쯤 끝난 점을 감안하면 빠른 일몰 때문에 한꺼번에 경기를 '후딱 해치워야겠다'는 조직위원회의 설명은 쉽게 이해가 안된다.

12일 박경모(31.인천계양구청)가 8강에서 탈락한 것도 이번 대회 양궁의 서툰 경기 운영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은경 위원은 "관례대로 8강부터 교차 발사를 했더라면 박경모도 8강에서 이길 수 있었다.

교차 발사와 동시 발사는 시간 제한이라든가 선수에 주어지는 부담이 다르기 때문에 박경모로서는 아쉬운 결과가 됐다"고 지적했다.

(도하=연합뉴스) email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