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아시아선수권대회 때 중국을 격파했던 녹색 테이블 기적의 감격을 재현하라'

제15회 도하 아시안게임 여자 단체전 준결승에 오른 여자탁구 대표팀에 내려진 특명이다.

현정화 감독이 이끄는 여자팀은 예선리그를 1위로 통과한 뒤 8강에서 인도를 3-0으로 완파하고 4강에 올라 2일 중국과 결승 길목에서 피할 수 없는 정면 대결을 벌인다.

중국은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랭킹 1위 장이닝과 2위 궈얀, 3위 왕난, 4위 궈예를 앞세워 난공불락의 아성을 구축했다.

지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단체전 결승에서 김현희와 김향미를 내세운 북한에 불의의 일격을 당해 금메달을 놓친 걸 제외하고는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등 큰 대회 우승을 독식해왔다.

세대교체 진통을 겪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솔직히 버거운 상대다.

`다윗과 골리앗' 싸움이 될 수 있는 4강 대결에서 한국이 희망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한국은 지난 해 8월 제주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에이스 김경아(대한항공.세계 8위)의 맹활약 속에 중국을 3-2로 제압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했던 지난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이후 무려 14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당시 세계 최강자 장이닝이 빠졌고 결승에서 홍콩에 덜미를 잡혀 아쉬움이 남았지만 한국 여자탁구의 가능성을 보여준 일대 사건이었다.

만리장성 허물기의 선봉에는 최고의 방패를 자랑하는 수비형 선수 김경아와 박미영(삼성생명), 귀화한 홍콩 대표 출신의 오른손 펜홀더 공격수 곽방방(KRA)이 나선다.

끈질긴 수비에 이은 빠른 공격 전환이 강점인 김경아와 박미영은 중국 선수들이 수비형에 약점을 보인다는 점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한 때 '탁구여제'로 군림했던 왕난은 왼손 셰이크핸드의 강점과 노련미가 돋보이지만 한 번 흔들리면 쉽게 무너지기 때문에 커트 수비로 괴롭히는 지구전이 묘책이다.

또 남자 선수 못지 않은 파워를 자랑하는 궈얀과 정교함이 다소 떨어지는 궈예도 수비형 선수와 상대한 적이 많지 않아 이들의 허점을 파고든다면 승산이 없는 건 아니다.

김승환(부천시청)과 결혼해 한국 국적을 얻은 뒤 남편의 나라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참가한 곽방방은 현정화 감독의 집중 조련을 받아 중국 격파의 비밀병기다.

현정화 감독은 "객관적 전력은 중국보다 뒤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차피 중국과 맞붙을 바에는 4강이든 결승이든 상관없다.

반드시 꺾고 싶고 부담은 1위 자리를 지켜야 하는 중국이 크다.

동메달을 확보했다 하더라도 메달 색깔에 연연하지 않고 중국전에 모든 걸 쏟아붓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도하=연합뉴스)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