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진출이 난관에 봉착하면서 무적(無籍) 상태가 된 안정환(30)이 베어벡호에서도 제외돼 선수 생활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핌 베어벡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29일 이란과 아시안컵 예선전(9월2일.서울)에 나설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면서 안정환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바는 아니지만 베어벡 감독이 실전 엔트리(20명)보다 다섯 명이나 많은 25명을 선발했음에도 안정환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베어벡 감독은 안정환에 대해 '훌륭한 스트라이커'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소속 클럽이 없어 훈련량이 절대 부족한 선수를 뽑을 순 없다고 못박았다.

베어벡 감독으로서는 이란전이 아시안컵 예선에서 최대 고비가 될 일전인데다 한국축구 사령탑으로서 실질적인 데뷔전이라는 점에서 위기에 놓인 선수에게 기회를 주기보다는 팀의 전력을 극대화하는 '실리'를 선택한 셈이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이적을 모색하다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한 안정환은 대표팀에서 훈련과 실전을 통해 경기 감각을 되찾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잃어버렸다.

안정환은 그동안 개인 훈련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프로 선수가 소속 클럽이 없는 상태로 장기간 쉴 경우 실전 감각이 무뎌질 수 밖에 없다.

베어벡 감독도 두 번의 월드컵에서 활약을 펼친 안정환을 '조커용'으로라도 뽑으려 했지만 몸 상태 등을 간접적으로 체크해본 뒤 제외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베어벡 감독은 "안정환이 빨리 소속 클럽을 찾는 게 선수 개인과 한국 축구를 위해 시급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안정환은 유럽 진출이 좌절되면 올 겨울 이적 시장이 다시 열릴 때까지 4개월을 쉴 수도 있다고 단언했지만 현재로서는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소속 팀을 찾아나서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안정환이 계속 무적 상태로 남아있다면 다음 번 대표팀 소집 명단에서도 제외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오는 31일로 유럽축구 이적 시장이 문을 닫게 되면 안정환은 K-리그가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 될 수 밖에 없다.

프로축구연맹은 황선홍, 유상철의 '전례'를 들어 선수 등록 마감일이 지나기는 했지만 안정환이 K-리그에 돌아올 수 있는 길이 없지는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물론 특정 선수 때문에 원칙을 저버리고 예외를 만든다는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또 구단들도 '룰'을 어기면서까지 안정환을 데려와야 하느냐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최소한 몇 년 정도는 프로 리그와 대표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나이의 안정환이 정상적인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면 본인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주문도 없지 않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