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수를 탈출하라'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무대를 호령하고 있는 한국 선수들에 떨어진 특명이다.

지난 달 17일 제이미 파 오웬스 코닝클래식에서 김미현(29.KTF)이 시즌 아홉 번째 우승을 거뒀을 때만 해도 사상 초유의 시즌 10승 합작은 금세 달성될 듯 했다.

18개 대회에서 9승을 올려 2개 대회마다 한차례 꼴로 우승 소식을 전하던 '한국 군단'은 그러나 이후 4개 대회에서 1승을 보태지 못했다.

에비앙마스터스에서는 김미현과 박세리(29.CJ)가 우승 경쟁에 나섰지만 카리 웹(호주)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고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는 우승 기회조차 잡아보지 못했다.

이어진 캐나다여자오픈에서는 이미나(25.KTF)가 3라운드에 단독 2위까지 올라섰지만 역전 우승이 무산됐고 장정(26.기업은행)은 3라운드 선두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를 내줬다.

될 듯 될 듯 하다 우승 문턱에서 좌절하자 어느덧 '아홉수에 걸린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24일(이하 한국시간) 밤 미국 동부 오하이오주 더블린의 타탄필즈골프장(파72. 6천517야드)에서 열리는 웬디스챔피언십에 나서는 한국 선수들의 각오는 남다르다.

2002년부터 4차례 웬디스챔피언십을 개최해온 타탄필즈골프장은 두 차례나 한국 선수에게 우승컵을 안겨준 곳이어서 시즌 10승에 대한 기대는 높다.

2002년에는 김미현과 한희원(28.휠라코리아)가 우승과 준우승을 나눠 가졌고 이듬해에는 한희원이 역전 우승을 차지한 곳이 바로 타탄필즈골프장이다.

2004년에는 한희원이 연장 승부 끝에 준우승에 머물렀고 작년에는 장정이 우승자 크리스티 커(미국)에게 딱 2타 모자란 공동 4위에 오르는 등 한국 선수들에게는 언제나 우승 경쟁을 벌였던 좋은 추억이 있다.

이 대회에서 우승 1차례와 준우승 2차례를 차지하며 터줏대감 행세를 했던 한희원과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미나가 이 국내 대회 출전을 위해 결장, 전력에 다소 누수가 생겼지만 23명의 '코리언 파워'에는 우승후보가 즐비하다.

4년만에 이 대회 정상 탈환을 노리는 김미현과 세이프웨이클래식에서 아깝게 우승을 놓친 장정, 그리고 최근 들어 미국 무대 적응을 마치고 생애 첫 우승에 점점 다가서고 있는 장타자 이지영(21.하이마트) 등에게 기대를 걸만하다.

상반기에 우승컵을 거머쥔 뒤 다소 잠잠해진 이선화(20.CJ), 김주미(22.하이트), 임성아(22.농협한삼인) 등도 두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상금랭킹 1, 2위에 올라 있는 카리 웹(호주)과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그리고 작년 이 대회 우승자 크리스티 커(미국) 등이 시즌 10승 합작에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고 있으며 폴라 크리머, 나탈리 걸비스(이상 미국)도 경계 대상이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