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 이적 힘들면 남은 4개월 쉴 수도"

"대표팀 은퇴의 때가 생각보다 빨리 올 것 같다"

새로운 둥지를 찾기 위해 막판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반지의 제왕' 안정환(30)이 대표팀 은퇴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처음 공개했다.

2007 아시안컵 대만 원정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안정환은 13일 오후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가진 대표팀 합동 인터뷰에서 "솔직히 2006년 독일월드컵 축구대회가 끝난 뒤 대표팀에서 은퇴하고 싶었다"며 "세대교체 차원은 물론 뛰어난 후배들도 많은 만큼 어느 정도 때가 되면 은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속내를 밝혔다.

안정환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은 솔직히 바라보고 있지 않다.

후배들을 위해 물러날 시기가 예상보다 빨리 올 것 같은 생각도 든다"고 묘한 뉘앙스를 남겼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대표팀 경험을 많이 해왔다.

이제는 후배들이 경험해야 할 때"라며 "대표팀에서 은퇴하고 나면 소속팀에서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될 것 같다.

때가 되면 좋은 모습으로 떠나야겠다고 생각해 왔다"고 덧붙였다.

차후 대표팀을 이끌어 나갈 재목에 대해 안정환은 "이동국과 조재진 등 훌륭한 공격수들은 물론 백지훈, 박주영 같은 좋은 선수들이 대표팀에 많다"며 "최근 훈련하면서도 내가 어렸을 때보다 몇 배나 잘하는 선수들이 많은 것을 봤다.

후배들이 자라나는 모습에 기분 좋았다"고 설명했다.

안정환이 꿈꾸는 대표팀 은퇴를 위한 '벤치마킹' 상대는 홍명보와 황선홍. 안정환은 "홍명보 선배나 황선홍 선배처럼 대표팀에 기여를 많이 한 뒤 떠나고 싶다.

멋지게 박수를 받으면서 은퇴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달 말로 끝나는 유럽 이적시장을 앞둔 심정에 대해선 "에이전트로부터 좋은 소식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꼭 빅리그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올 겨울까지 쉴 수 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여름 이적시장(트랜스퍼 윈도)에서 새 둥지를 찾지 못하면 오는 12월부터 내년 1월 사이에 다시 열리는 겨울 이적시장을 기다릴 수 있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

이날 오전 일찍 파주NFC에 도착한 안정환은 "솔직한 심정으로 축구인생이 많이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생각은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더 노력해서 될 수 있는 한 많은 경험을 쌓고 싶다는 것이다.

빅리그만을 연연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안정환은 그동안 K-리그와 일본 J-리그는 물론 이탈리아 1부리그(세리에A), 독일 분데스리가, 프랑스 1부리그 등을 경험하면서 국내 선수 중 최다 해외리그를 뛰어본 선수로 손꼽힌다.

안정환은 "K-리그와 J-리그는 내가 만족할 만한 성적을 냈다고 생각했기에 이번 이적에서 고려하지 않았다"며 "이적 문제가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마음을 비우고 편히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내가 더 좋은 성적을 냈어야 이적문제가 잘 풀렸을 것"이라며 "내가 못해서 아직까지 이적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파주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