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인 박세리와 내가 이대로 주저 않기 싫었다"

17일(한국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제이미 파 오웬스 코닝클래식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한 김미현(29.KTF)은 우승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미현과 박세리는 1년 터울로 LPGA 투어 무대에 진출, 신인왕을 차례로 차지하면서 오늘날 줄잡아 30여명에 이르는 LPGA 투어의 '코리언 파워'가 뿌리 내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던 이른바 '1세대'의 두 주역이다.

김미현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이 LPGA 투어에서 수집한 우승컵은 모두 61개로 늘어났다.

이 가운데 박세리가 9년간 23개, 김미현이 8년에 걸쳐 7개를 모아 전체 승수 가운데 두 선수 몫은 절반에 육박한다.

이처럼 LPGA 투어에서 '선구자'와 '개척자', 그리고 '맏언니' 노릇을 맡아온 두 선수는 그러나 한때 '신예'들에 밀려 '잊혀진 존재'로 추락하는 아픔도 겪었다.

김미현은 지난 2002년 웬디스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무려 3년9개월 동안 우승없이 지내야 했고 2003년과 지난해 두차례나 상금랭킹 20위 밖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2004년 명예의 전당 입회 포인트를 꼭 채운 박세리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슬럼프에 허덕이며 지난해에는 상금랭킹 102위까지 떨어졌다.

때문에 김미현은 계약사 KTF와 재계약 때 '성적에 따라 연봉을 받는다'는 '굴욕'을 감수해야 했고 박세리는 아예 '주말 골퍼 수준'이라는 비아냥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2006년 시즌 김미현과 박세리는 거짓말처럼 부활했다.

김미현은 올해 5월 진클럽 앤드 리조트오픈을 제패하며 부활의 나래를 폈다.

박세리는 김미현보다 한달 늦었지만 메이저대회인 맥도널드LPGA챔피언십에서 연장 승부 끝에 정상에 올랐다.

더구나 이들 둘의 부활은 '반짝 장세'가 아니라 예전의 위용을 되찾았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전성기를 구가할 태세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김미현은 4년여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린 지 2개월여만에 시즌 2승을 거뒀고 맥도널드LPGA챔피언십 우승 전까지 하위권을 전전하던 박세리는 우승 이후에는 대회 때마다 강력한 선두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미현은 우승 이후 9차례 대회에서 여섯 차례 '톱 10'에 입상했고 박세리 역시 우승한 다음에 치른 4차례 대회에서 세 차례 '톱 10'에 들었다.

김미현이 진클럽 앤드 리조트오픈에서 우승했을 때 "내 일 처럼 기뻤다"고 했던 박세리와 이번 대회 우승 직후 "나와 박세리가 이대로 주저 앉을 수 없었다"고 강조한 김미현은 이제 '코리언 파워'의 확실한 '투톱'으로 자리를 잡았다.

또 박세리와 김미현의 부활은 '코리언 군단' 전체에 또 다른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올해 한국 선수가 차지한 우승컵은 9개. 시즌 최다승을 올렸던 지난 2002년과 같은 기록이다.

아직 13개 대회가 남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즌 최다승 신기록은 예약된 것이나 다름없다.

김미현과 박세리가 살아나자 우승의 '질적 향상'도 따랐다.

작년에 8승을 올리면서도 2승 이상을 올린 선수가 없었지만 올해 김미현이 2승 고지에 올라서면서 '다승 선수'가 탄생했다.

또 박세리의 맥도널드LPGA챔피언십 우승 덕에 '한국 군단'은 1998년 박세리의 LPGA 투어 진출 이후 2003년만 빼고 한 시즌도 거르지 않고 '메이저 챔피언'을 배출해내기에 이르렀다.

한마디로 박세리와 김미현이 이끌고 박지은, 한희원(28.휠라코리아), 장정(26.기업은행)이 밀면서 신진 세력들이 뒤를 따르는 이상적인 구도가 재현된 셈이다.

박세리, 김미현의 재기로 활력을 얻은 LPGA '코리언 파워'가 시즌 종료 때까지 몇개의 우승컵과 얼마나 풍성한 수확을 거둘 지 기대된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