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태극전사들의 16강 진출을 열망하는 `붉은 마음'으로 온 나라가 다시 하나로 뭉쳤다.

독일월드컵 한국 대 스위스전을 앞두고 밤샘 거리응원 장소에 몰려든 붉은 티셔츠 차림의 시민들은 축제를 즐기며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출근ㆍ등교 부담에서 해방된 직장인들과 학생들은 주말 새벽 거리로 뛰쳐나와 거리를 붉게 물들였으며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에서는 `대∼한민국!'을 외치는 우렁찬 함성이 새벽 하늘을 갈랐다.

시외 유원지의 콘도와 민박집에서는 주말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축구를 보면서 열광의 새벽을 맞았다.

◇거리응원 넥타이부대 대거 출동 = 경기 시작 시각인 24일 오전 4시(한국시각)전국의 주요 거리응원 장소 99곳에는 164만여명(경찰추산)이 모여 열렬한 거리응원을 펼쳤다.

경찰은 당초 일부 지역에 장맛비가 오리라 판단하고 거리응원 참가인원 예상치를 101만명으로 잡았으나 대부분 지역에서 비가 그쳐 훨씬 많은 수의 시민들이 거리응원에 참가했다.

서울의 경우 서울광장 17만명, 세종로 35만명,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7만3천명, 잠실경기장 4만명 등 14곳에 당초 예상의 배에 가까운 66만4천여명이 몰려들어 한국팀을 응원했다.

인파가 계속 늘어나자 세종로와 청계로 등 도심지역 거리응원 장소 주변의 도로는 거리응원단으로 발디딜 틈 없이 채워져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는 경기시작 6시간 전인 23일 오후 10시께 이미 경기장 수용규모(6만4천여명)를 훨씬 넘긴 인원이 빼곡이 들어차는 바람에 입장하지 못한 시민 1만5천여명은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대형 전광판에 눈길을 고정하고 열광적으로 `대∼한민국!'을 외치던 시민들은 전반 23분 센데로스의 선제골로 스위스가 앞서 가자 잠시 침묵에 빠졌으나 곧이어 목이 터져라 응원하며 역전승을 열렬히 기원했다.

단체응원 장소는 출근 부담 없이 밤을 지새우려는 `넥타이부대' 직장인, 방학을 맞아 젊음을 마음껏 발산하려는 대학생, 4년마다 찾아오는 지구촌 축제를 즐기려는 시민들로 `붉은 해방구'를 이뤘다.

서울광장에 친구들과 함께 응원을 나온 초등학생 이소연(11)양은 "저번 프랑스 전때도 거리응원을 하고 싶었지만 학교 때문에 못 나왔다가 이번엔 토요일이 쉬는 날이어서 부모님 허락을 받고 나왔다"고 말했다.

새벽 2시까지 연장 운행한 지하철은 거리응원에 합류하려는 시민들로 북새통이었으며 술집, 음식점, 편의점, 숙박업소, 찜질방, 사우나 등은 대목을 누렸다.

기업체들은 트럭 등에 한국팀 승리를 기원하는 홍보물을 달고 홍보전을 펼쳤으며 일부 시민단체들은 쓰레기 봉투를 나눠주며 성숙한 시민의식을 당부했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이 막대풍선, 야광뿔, 붉은색 티셔츠 등 응원도구를 구입하고 난 뒤 비닐 포장지 등 쓰레기를 그대로 버려놓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으며 상암 월드컵경기장 등에서는 무질서로 인한 안전사고가 잇따라 아쉬움을 남겼다.

◇시외 유원지ㆍ콘도 응원전 = 가족, 직장 동료 등과 함께 시외 유원지로 나가 주말을 즐기면서 축구 중계를 보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서울 동부지방법원 직원 박모씨는 전에 함께 근무하던 서울고법 동료들과 강원 강릉시에 있는 콘도에서 축구 중계를 지켜봤다.

그는 "새벽에 경기를 지켜보면서 목이 터져라 한국팀을 응원하고 낮에는 강릉지법 직원들과 함께 친선 축구대회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역시 강원도로 회사 워크숍을 간 대기업 연구원 조모(36)씨는 "일 때문에 워크숍을 오긴 했지만 함께 온 동료들과 새벽에 일어나 경기를 봤다"고 말했다.

경기 전날 서울 시내 주요 도로와 고속도로 진출입로는 일찌감치 귀가하거나 시외로 나가 편안하게 축구중계를 보려는 시민들이 몰리면서 오후 이른 시간대부터 혼잡을 빚었다.

◇주택가ㆍ아파트 `불야성' = 서울 잠실, 목동 등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 등은 다른 나라 팀 경기를 지켜보며 스위스전 시작을 기다리는 집이 많아 밤새도록 불이 꺼지지 않았다.

주민들은 주말을 맞아 집안에서 가족과 함께 축구를 지켜보며 스위스전 경기 전망으로 얘기꽃을 피웠으며 등교 부담 없이 부모들과 함께 밤을 새우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도 많았다.

대학생 등 젊은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집 근처 생맥주집에 삼삼오오 모여 경기 결과를 놓고 내기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서울 거주 스위스인 15명은 크리스티안 하우스비르트 주한 스위스 대사의 초대로 종로구 송월동의 대사 관저 1층 거실에 모여 한국인 50여명과 함께 경기를 지켜보며 자국팀을 응원했다.

(서울=연합뉴스)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