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숍라이트클래식에서 정상에 오른 이선화(20.CJ)는 '될성 부른 떡잎'이었다.

이선화는 한국여자프로골프 역사에 3개의 '최연소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골프 천재'로 일찌감치 세계 정상급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아왔다.

지난 2000년 천안서여중 재학 중이던 만 14세 때 프로테스트에 합격한 이선화는 '최연소 여자 프로골프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1위는 장정(26.기업은행)이었고 이선화는 2위에 올라 주변을 놀라게 했다.

더구나 이선화는 프로테스트에 합격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여자프로골프2부투어인 미사일 드림투어 1차 대회에서 우승컵을 안아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다.

또 이듬해 정규 투어에 합류한 이선화는 MC스퀘어여자대회에서 강수연(30.삼성전자), 정일미(34.기가골프), 신현주(26.하이마트) 등 쟁쟁한 선수들을 2위로 밀어내고 우승했다.

당시 만15세3개월15일 나이로 우승한 이선화는 한국프로골프 사상 최연소 정규 대회 우승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이런 이선화의 '최연소 기록' 3개는 2001년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가 '만 17세 이하 선수의 프로 테스트 응시'를 아예 금지해버려 앞으로도 깨지지 않을 '불멸의 기록'으로 남게 됐다.

미국 진출도 남달리 빨랐다.

지난 2004년 LPGA 2부투어인 퓨처스투어에 진출한 이선화는 첫해에는 우승없이 상금랭킹 10위에 그쳐 '재수(再修)'의 길을 걸어야 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05년 시즌 이선화는 1승을 포함해 상금랭킹 1위에 올라 LPGA 투어 직행 티켓을 따내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기대대로 이선화는 올해 시즌 초반부터 '태풍의 눈'으로 등장했다.

데뷔전에서 공동13위로 순조롭게 첫 걸음을 내디딘 이선화는 두번째 대회 필즈오픈에서 연장전 끝에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신인왕 레이스에서 선두로 나섰고 다음 대회인 마스터카드클래식에서 또 다시 준우승에 올랐다.

다케후지클래식 준우승으로 상금랭킹 1위까지 꿰찼던 이선화는 이번 우승으로 신인왕 포인트 150점을 보태 2위 모건 프레셀(미국.438점)을 386점차이로 멀찌감치 따돌려 사실상 한국인 5번째 신인왕을 예약했다.

이선화는 현재 LPGA투어에서 평균타수 7위(70.17타), 버디 1위(171개), 그린 적중률 13위(71.9%), 퍼팅 7위(28.56개), 페어웨이 안착률 15위(78.1%) 등 드라이브샷 비거리(252.2야드/79위)를 제외한 대부분의 부문에서 상위권에 올라 있다.

특히 이선화는 그린 적중시 평균 퍼팅수 1.71개로 1위에 오른 것이 말해주듯 아이언샷의 정확도가 아주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린 적중률 순위는 다소 처지지만 1퍼트로 마무리할 수 있는 거리에 볼을 올려 놓는 컴퓨터 아이언샷이라는 뜻이다.

이는 지난해 코치 마이크 밴더와 함께 갈고 닦은 새로운 스윙 덕이다.

밴더는 골프스윙의 주류인 업라이트 스윙 대신 이선화에게 스윙궤도가 다소 편평한 플랫 스윙을 가르쳤고 이는 비거리 향상과 함께 일관성있는 스윙으로 변모할 수 있었다.

LPGA 투어 선수 가운데 이선화의 아이언샷은 힘들이지 않고도 거리와 정확성을 보장하는 간결한 스윙이라고 정평이 나 있다.

또 이선화의 강점은 의외로 나이에 걸맞지 않게 두둑한 배짱이다.

'돌부처'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경기 때 표정 변화가 거의 없고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 같은 차분한 경기 운영은 종종 지연 플레이라는 눈총까지 받았던 게 사실이지만 LPGA 투어 입성 후 리듬이 빨라진 대신 차분함은 더 나아졌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김미현(29.KTF)의 백을 멨던 캐디 존 윌킨슨의 노련한 조언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부산상고를 거쳐 실업축구 선수로 활약했던 아버지 이승열(43)씨와 김경희씨 사이의 1남1녀 가운데 장녀인 이선화는 2부투어 때부터 부모님과 함께 투어를 뛰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