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60.네덜란드) 감독이 러시아 축구대표팀을 맡기로 확정됐다.

연봉은 200만유로(23억원). 이 돈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 구단주인 러시아 석유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출연한 기금에서 지급된다.

성적이 좋을 경우 보너스가 뒤따른다.

14일(한국시간) 러시아 축구협회와 2년 계약을 체결하는 히딩크의 1차 목표는 2008년 오스트리아, 스위스에서 공동 개최하는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8).
여기서 성적이 좋다면 오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까지 임기가 연장될 수 있다.

히딩크는 러시아 대표팀을 이끄는 첫 외국인 사령탑이다.

러시아는 옛 소련 해체 이후 1992년 국제축구연맹(FIFA)에 재가입했다.

러시아는 독일월드컵 유럽 예선 3조에서 포르투갈, 슬로바키아에 이어 3위에 그쳐 탈락했다.

2004년 10월 포르투갈에 1-7로 참패한 적도 있다.

러시아 대표팀은 유리 시오민 감독이 사임한뒤 알렉산데르 보로디우크 감독대행 체제로 운영돼왔다.

옛 소련 시절을 포함해 월드컵 본선에 9차례나 나섰고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4강에 올랐다.

레프 야신이라는 전설적인 골키퍼를 배출했고 1960년엔 유럽 챔피언이 된 적도 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당시 올레그 살렌코는 카메룬전에서 5골을 뽑아 한 경기 최다골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러시아 축구는 1950-1960년대 영화를 뒤로 한 채 최근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최근 PSV 에인트호벤의 통산 19번째 네덜란드 리그 제패를 이룬 히딩크는 독일월드컵까지는 호주 대표팀을 이끄는데 주력해야 한다.

러시아는 그 이후 문제다.

히딩크는 잉글랜드 대표팀과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등 모든 감독들이 선망하는 자리를 거들떠보지 않고 러시아를 택했다.

'모험과 도전을 즐기겠다'는 자신과 약속을 지킨 셈이다.

1982년 친정팀 데 흐라프샤프(네덜란드)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히딩크는 네덜란드, 한국, 호주에 이어 네번째 대표팀 사령탑을 맡게 됐다.

1998년과 2002년 연속 월드컵 4강을 일궈냈고 호주를 32년 만에 본선 무대에 올려놓은 그는 1988년 에인트호벤에서 유러피언컵, 리그, 자국컵 우승으로 트레블(3관왕)을 이끌었고 2005년에도 에인트호벤의 챔피언스리그 4강 기적을 만들었다.

가는 임지마다 마법과도 같은 성적을 낸 히딩크가 전통의 강국에서 유럽의 변방으로 밀려난 러시아 축구를 어떤 경지에 올려놓을 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