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도 고쳤고 클럽도 바꿨고 특히 마음의 병을 말끔하게 씻었다' 깊은 슬럼프에서 허덕이던 박세리(29.CJ)가 재기를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디딘다. 박세리는 11일(한국시간) 멕시코 멕시코시티의 보스케 레알골프장(파72.6천932야드)에서 열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마스터카드클래식에 출전한다. 지난해 7월28일 브리티시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기권한 뒤 필드에서 모습을 감췄던 박세리가 경기에 나서는 것은 무려 7개월여만이다. 2004년부터 시작된 박세리의 슬럼프는 지난해 14개 대회에서 컷오프, 기권 각각 3차례, 그리고 최고 성적이 공동 27위라는 초라한 지경으로 치달았다. 부상때문이라지만 '교과서나 다름없다'는 찬사를 받았던 스윙도 흐트러졌고 특히 심리적 불안정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작년 최악의 부진 탓에 올해 처음 도입된 세계랭킹에서 90위까지 밀린 박세리는 이번 대회에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겠다는 각오다. 지난해 시즌을 중도에 접고 휴식을 통한 정신적 안정을 되찾고 체력단련과 스윙 교정, 그리고 실전훈련 등 단계적 슬럼프 탈출 프로젝트를 차근차근 밟아온 박세리는 그동안 부진의 원인이 됐던 세 가지 악재를 모두 씻어냈다. 먼저 시즌 포기를 불러온 손가락 부상은 이미 작년 연말 털어냈다. 그리고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온 톰 크리비 코치의 조언 아래 톱스윙에서 잠깐 멈춘 뒤 다운스윙을 하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전성기 때의 깔끔하고 힘찬 스윙을 되찾았다는 것이다. '세리표 샷'의 특징인 곧고 힘찬 궤적이 돌아온 것을 확인한 박세리에게 남은 것은 실전 감각의 회복. 시즌이 시작됐지만 하와이에서 열린 2개 대회를 결장한 것은 전성기 때에도 하와이 대회를 걸렀던 관성 탓이기도 하지만 실전 감각을 최대한 끌어 올리기 위해 강도높은 훈련을 쌓는데 전념한 때문이다. 또 동계훈련 동안 박세리가 가장 염두에 둔 것은 전성기 때의 두둑한 배짱과 승부근성을 되찾는 심리 훈련. 박세리는 또 그동안 써왔던 클럽을 대부분 교체했다. 드라이버는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쓰고 있는 캘러웨이 제품을 선택했고 아이언은 많은 LPGA 투어 선수들이 사용하고 있는 핑. 마스터카드클래식은 박세리의 7개월만에 복귀 무대라는 점 뿐 아니라 소렌스탐의 시즌 첫 출전대회라 이래저래 팬들의 눈길이 쏠릴 전망이다. 작년에도 이 대회를 시즌 첫 대회로 삼아 우승컵을 거머쥐며 '독주시대'를 열었던 소렌스탐은 올해도 이 대회를 시즌 마수걸이 우승 무대로 장식하겠다는 태세다. 때문에 시즌 첫 대회와 두번째 대회에서 우승컵을 차지하면서 거센 '한류 열풍'을 불러 일으킨 한국 낭자군과 소렌스탐의 대결은 흥미진진할 수 밖에 없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는 모두 27명. 2006년을 우승으로 시작한 김주미(22.하이트)와 이미나(25.KTF)는 물론 박지은(27.나이키골프), 한희원(28.휠라코리아), 김미현(29.KTF), 장정(26), 강수연(30.삼성전자), 김초롱(22), 박희정(25.CJ) 등은 모두 소렌스탐의 대항마로 자격을 갖춘 위너스 클럽 멤버들이다. 또 신인왕 레이스에서 초반 기세를 올리고 있는 이선화(20.CJ), 배경은(21.CJ), 이지영(21.하이마트), 김나리(21.하이트) 등 루키들도 소렌스탐에 도전장을 냈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2개 대회 연속 우승은 여러 차례 엮어냈지만 3연속 우승은 없었던 한국 선수들이 새로운 기록에도 도전한다. 이 대회는 이밖에 멕시코의 간판 스타 로레나 오초아가 고국팬 앞에서 정상 제패를 꿈꾸는 가운데 폴라 크리머, 나탈리 걸비스(이상 미국)도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다. SBS골프채널이 11일∼13일 오전 5시50분 생방송으로 중계한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