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항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난달 15일(이하 한국시간) 인천국제공항에 결집해 '열사(熱沙)의 땅'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한류 열풍의 진원지' 홍콩, '결실의 땅'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차례로 거쳐온 아드보카트호가 다시 닻을 올리고 대서양을 건넌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 대표팀의 전체 해외 체류기간은 41일이며, 거리로는 약식 마일리지(운항거리) 계산법으로 3만500마일(4만8천800㎞)이다. 이 가운데 지금까지 1만6천190마일(2만5천900㎞)을 지나왔을 뿐이다. 여정의 53.1%를 소화했지만 앞으로 남은 항해도 그리 짧지 않다. 아드보카트호는 17일 평가전 상대 중 최강팀 멕시코를 꺾었다는 기쁨 속에 가벼운 마음으로 LA 숙소인 태평양 연안 리츠칼튼 마리나 델레이 호텔에서 간단한 회복 훈련을 하고 휴식을 취했다. 정박장에서 멀리 수평선이 보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호연지기'를 길렀을 법도 하다. 소속팀 나고야로 돌아간 미드필더 김정우 제외한 태극전사 22인은 18일 오전 LA 남부 카슨의 주 훈련장인 홈디포센터에서 마지막 훈련 스케줄을 정상적으로 소화한다. 현지시간으로는 17일 훈련이다. 당초에는 멕시코전이 끝나고 다음날 회복훈련을 한다는 일정이었지만 다음 기착지까지 항공편 탑승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실정이라 훈련 효율을 올리기 위해 비행기에 탑승하기 직전 담금질을 하기로 했다. 대표팀은 18일 낮 12시5분 영국 런던을 향해 날아간다. 런던에는 네덜란드에서 장모상을 치른 아드보카트 감독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다시 선장을 만나는 태극호는 19일 0시25분 런던 히드로공항을 떠난다. 결전지 시리아 알레포에 도착하는 시간은 19일 새벽 5시20분. 그리고 이틀간 훈련을 한 뒤 22일 밤 9시 유서깊은 이슬람 유적지 알레포의 알 함다니아 스타디움에서 베일에 싸인 다크호스 시리아를 만난다. 2007년 아시안컵 예선 1차전이다. 시리아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5위.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 수 아래로 평가되지만 지난 14일 독일월드컵 본선 진출국이자 본프레레호의 발목을 두 번이나 잡았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원정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만만찮은 전력을 과시했다. 2003년 10월 아시안컵 예선에서 당한 '오만 쇼크'를 기억하고 있는 팬들은 행여 시리아가 '제2의 오만'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없지 않다. 아드보카트 감독과 핌 베어벡 수석코치는 "모두 10차례 원정 경기 중 가장 중요한 일전이 시리아전"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드보카트 체제는 독일월드컵 본선까지가 계약기간이지만 한국 축구는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으로서는 한국이 2007년 동남아시아 4개국이 공동 개최하는 아시안컵 본선에 무난히 오를 수 있도록 발판을 닦아야 할 임무도 띠고 있다. 시리아 원정을 마치면 24일 떠나갔던 길로 되돌아와 두바이를 거쳐 인천공항에 피곤에 지친 몸을 내린다. 그러나 항해가 완전히 끝나는 건 아니다. 다음달 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아프리카 월드컵 본선 진출국 앙골라와 평가전이 기다리고 있다. 나이지리아를 밀어내고 사상 처음 월드컵 무대에 데뷔하는 앙골라와 대결은 본선 상대 토고를 가상한 '맞춤형 평가전'이다. 특히 3월1일은 FIFA의 공식 A매치 데이라 해외파 태극전사들이 합류한다. 기나긴 항해를 통해 경쟁력을 기른 국내파와 치열한 생존경쟁이 예고돼 있다. 앞으로 13일 동안 다시 반복되는 험난한 여정이 태극전사들을 맞이할 것이다. ◇아드보카트호 향후 일정(이하 한국시간) 2월17일 : 미국 LA 회복훈련 및 휴식 2월18일 : LA 최종훈련 직후 출발(12시05분)→영국 런던 도착(22시24분) 2월19일 : 런던 출발(0시25분)→시리아 알레포 도착(05시20분) 2월22일 : 2007 아시안컵 예선 vs 시리아(21시.알레포 알 함다니아 스타디움) 2월23일 : 알레포 출발(13시)→다마스쿠스→UAE 두바이 2월24일 : 두바이 출발(08시)→인천공항 도착(16시30분) 3월 1일 : FIFA A매치 데이 평가전 vs 시리아(20시.서울월드컵경기장)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