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보카트 감독님이 제게 '열심히 뛰는 모습을 지켜보겠다'고 말씀하신 뒤로는 죽기살기로 뛰고 있습니다" 스페인의 좌절을 극복한 이천수(25.울산)가 2006 월드컵축구 본선이 열리는 독일로 가려고 이를 악물었다. 핀란드전을 이틀 앞둔 23일 훈련장에서도 그는 누구보다 열심히 뛰고 있었다. 21일 그리스전에서 경기 흐름을 바꿔놓은 날카로운 프리킥으로 대표팀을 2연패의 나락에 떨어지지 않도록 구한 뒤에도 도무지 만족할 수 없다는 태세다. 이천수는 "아드보카트 감독이 내게 '여기는 울산 현대가 아니다. 열심히 뛰는 모습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며 반드시 독일에 가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는 2002년 K리그 신인왕과 도움왕을 차지한 이후 2003년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에 진출했지만 처절한 좌절을 맛보았다. 이천수가 헤매는 사이 대표팀 왼쪽 윙 포워드에는 박주영(21.서울)이 들어섰다. 하지만 실패가 이천수를 더 단단하게 만든 것일까. 지난해 K리그에서 7골 5도움을 기록하며 울산 우승을 이끌었고 박주영을 제치고 K리그 최우수선수(MVP)상까지 차지했다. 중동 전지훈련에서도 21일 골을 넣은 박주영보다 18일과 21일 두 경기 내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 이천수가 더욱 돋보였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플레이가 뒷받침되지 않을 때 그의 화려한 언변은 팬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실패를 딛고 한층 성숙해진 이천수의 화술은 여전히 화려하다. 그는 "(전지훈련) 첫 경기에선 적응을 했고, 두 번째 경기에선 어시스트를 했으니까 세 번째 (핀란드와의) 경기에선 골을 넣고 승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천수가 독일에서도 화려한 언변을 자랑할 수 있을까. 이를 악문 이천수에게 기대를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리야드=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