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여자 코트에 `무서운 신인'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김연경(17.흥국생명.188㎝)은 올해 한국 축구 신드롬의 주인공인 `천재 골잡이' 박주영(20.FC서울)과 여러모로 닮았다.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 선수'라는 사실이 첫번째 공통점.


박주영은 수비수 2-3명을 달고 다니면서도 동물적인 골 감각을 뽐내며 지난해 10월 아시청소년선수권(U-20) 득점왕과 최우수선수(MVP)를 동시에 거머쥐었고 프로 데뷔 무대인 K리그에서도 역대 최연소 해트트릭(2회)을 기록하며 신인왕에 올랐다.


올해 프로에 입문한 김연경의 득점력도 박주영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흥국생명에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지명된 `슈퍼 루키' 김연경은 지금까지 8경기에서 219점(경기당 평균 27.4점)을 올리는 가공할 화력을 과시하고 있다.


여자부 경기에만 적용된 2점 백어택으로 65점을 뽑은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남자 배구 최고의 공격수 이경수(경기당 평균 18.2점.LG화재)를 압도하는 성적이다.


특히 김연경은 득점과 후위공격은 물론이고 공격 성공률(41.25%), 오픈공격(42.42%), 이동공격(65.62%), 서브(세트당 0.45) 등 공격 6개 부문 수위에 올라 있다.


`차세대 거포'라는 수식어를 일찌감치 벗어던지고 여자 코트를 평정한 것이다.


그는 고교생으로 국제 성인 무대 신고식을 치렀던 2005그랜드챔피언스컵에서도 대표팀의 왼쪽 날개를 책임지는 `주포'로 맹위를 떨치며 전체 득점 3위에 오르는 매서운 공격력을 뽐냈다.


박주영이 이회택-차범근-최순호-황선홍의 뒤를 따라 한국 축구 스트라이커 계보를 이었다면 김연경은 1976년 몬트리올림픽 동메달 주역인 `나는 작은 새' 조혜정과 박미희, 장윤희, 지경희의 대를 잇는 거물급 여자 스파이커인 셈이다.


김연경은 또 지난 시즌까지 썰렁했던 관중석에 `누나 부대'를 부활시키며 침체된 배구 열기에 활력을 불어넣어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닌 박주영과 비슷하다.


또 `김연경 때문에 여자배구 보는 재미가 생겼다'는 말이 나오고 김연경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매일 200여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도 높다.


이와 함께 일단 경기에 들어가면 좀처럼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 `포커 페이스' 인데다 묘한 신비감이 묻어나는 중성적 이미지도 박주영과 김연경이 닮은 꼴이다.


여기에 김연경은 신인답지 않은 어른스러움과 투지도 갖췄다.


김연경은 심한 감기 몸살에도 지난 24일에는 1라운드 패배를 안겼던 GS칼텍스를 상대로 혼자 30점을 뽑는 맹활약을 펼쳤고 원년 우승팀 KT&G와의 성탄절 빅매치 때도 감기약을 먹고 링거 주사를 맞는 투혼을 발휘한 끝에 22득점으로 팀의 단독선두 질주를 주도했다.


황현주 흥국생명 감독은 "체력이 좋은 편은 아님에도 정신력은 선배들 뺨칠 정도로 대단하다.


큰 키와 유연성이 강점이고 연타와 강타에 모두 능해 한국 여자 배구를 이끌 재목임에 틀림없다"고 칭찬했다.


김연경은 "(박주영 선배와 비교는) 영광이지만 아직 부족하다.득점왕에 욕심이 나지만 무엇보다 우리 팀이 이번 시즌 우승하는 데 밑거름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