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는 골프 기량도 출중하지만 골프규칙에도 해박합니다. 평소에 규칙공부를 얼마나 하던지,캐디보다 더 규칙을 잘 압니다. 규칙을 많이 아는 사람이 골프도 잘 치게 마련이지요."


미셸 위의 실격파문으로 가장 분주했던 사람이 김광배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경기위원장(65)이다.


각 언론의 골프담당 기자나 골프 관련자들이 미셸 위의 실격 상황에 대해 정확히 알기 위해 그를 찾았기 때문.


김 위원장은 미셸 위의 실격에 대해 "골프는 선수가 플레이하면서 심판도 겸하는 스포츠"라고 전제,"사소한 일이라도 규칙은 규칙이기 때문에 엄격하게 다루는 것이 정당하고 경기위원들의 판정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골프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약 30만평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벌어지는 종목이므로 논란의 소지가 있는 부분일수록 정확하게 처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미셸 위의 사례가 아니라도,그동안 박세리 김미현 한희원 등 한국의 '간판 선수'들이 미국LPGA투어에 데뷔해 '통과의례'처럼 규칙위반으로 벌타를 받곤 했다.


그것을 보는 김 위원장의 시각은 두 갈래다.


"기본적으로 선수들이 규칙공부를 등한시합니다.


미셸 위가 벌 때문에 구제받은 것처럼 규칙을 잘 알면 본인에게 이득이 되는 데도 공부를 소홀히 하기 때문에 불이익을 자초하는 것이지요.


또 국내대회에서는 '플레이 속도'등에 대해 그다지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습니다.


한 라운드를 4시간30분 안에 마치도록 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5시간이 초과되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국내에선 '슬로 플레이'를 하더라도 1차 경고를 한 뒤 2차위반 때 벌타를 부과하나 미국은 곧바로 벌타를 줍니다."


김 위원장은 규칙을 잘 아는 선수가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아니지만,골프를 잘 치는 선수들은 하나같이 규칙을 잘 안다고 말했다.


그 예로 박세리와 타이거 우즈의 사례를 들었다.


"한·일전 때 박세리가 클럽을 16개 지닌 것이 네 홀 지나서 발견됐지요.


일본측이 '4홀패'를 주장했으나 그 경우 '매치플레이에서는 2홀패가 한도'라는 것을 안 박세리가 어필해 '2홀패'를 받는 데 그쳤습니다.


우즈도 언젠가 볼이 나무 밑에 들어가 정상적인 스윙을 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나무 밑에 들어가 자세를 취한 다음 '그린 옆에 있던 스코어보드가 방해되니 구제받아야 한다'고 주장해 나무를 벗어난 적이 있습니다."


미국에 체류할 때 LPGA투어와 시니어투어대회에 자원봉사자로 참가한 것이 계기가 돼 경기위원이 됐고,현재는 한국의 대표적 '골프규칙 박사'가 된 김 위원장은 "공부하는 자가 이득을 보는 것이 골프"라고 강조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