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와의 인연은 끊어지고 연계의 축은 영국(잉글랜드.스코틀랜드)으로?' 한국축구와 세계무대를 잇는 가교가 네덜란드에서 영국으로 옮겨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98년 프랑스월드컵 0-5 참패로 네덜란드와 씁쓸한 인연을 맺기 시작한 한국축구는 이후 네덜란드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해왔다. 네덜란드 출신의 거스 히딩크 감독이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궈냈고 중간에 포르투갈 출신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이 있었지만 다시 네덜란드 출신의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월드컵 이후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PSV에인트호벤) 송종국(수원)이 나란히 네덜란드 프로리그(에레데비지에)에 진출하면서 네덜란드는 태극전사들에게 '약속의 땅'이었다. 그러나 송종국이 K리그로 유턴하고 박지성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이적한데 이어 이영표도 프리미어리그 토튼햄 핫스퍼로의 이적을 추진하고 있어 네덜란드에는 한명의 태극전사도 남지 않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본프레레 감독도 전격 사임해 네덜란드 지도자가 한국축구를 이끌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반면 대표팀 사령탑 하마평과 태극전사들의 지향점은 점점 영국 쪽으로 향하는 양상이다.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하면서 프리미어리그는 국내 팬들의 관심이 단연 높은 유럽 리그가 됐다. 스코틀랜드 출신 명장인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의 한마디 한마디는 박지성의 주전 경쟁과 연계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절대 보내줄 수 없다'는 소속팀 에인트호벤과 풀어야 할 문제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영표까지 프리미어리그로 이적한다면 앞서 잉글랜드 챔피언십리그에 입성한 설기현(울버햄프턴)과 함께 유럽파 태극전사 6인방 중 안정환(FC메스) 차두리(프랑크푸르트) 이을용(트라브존스포르)을 제외한 3명이 영국 땅에서 뛰게 된다. 게다가 '천재 골잡이' 박주영(FC서울)을 비롯해 상당수의 한국축구 유망주들이 꼭 진출하고 싶은 유럽 리그로 꼽는 1순위가 프리미어리그다. 마침 퍼거슨 감독이 이안 포터필드 부산 아이파크 감독을 통해 박주영에 대한 관심을 표시했다는 소식도 있다. '포스트 본프레레'를 논하는 마당에도 잉글랜드.스코틀랜드 출신 지도자들의 이름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잉글랜드 출신으로 잉글랜드대표팀 감독(1982년-90년)과 유럽 리그(포르투갈.스페인.네덜란드.잉글랜드)를 두루 섭렵한 72세의 노장 보비 롭슨 감독이 한 에이전트를 통해 대한축구협회에 한국대표팀 감독직에 대한 관심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축구 팬들 사이에 롭슨 감독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또 K리그 3번째 시즌에 부산을 전기리그 정상에 올려놓은 스코틀랜드 출신의 포터필드 감독은 한국축구에 이미 적응한 외국인 감독이라는 이점 때문에 차기 사령탑 후보군 중 가장 많이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물론 축구협회의 선택이 이뤄지지 않았고 선택을 하더라도 협상이라는 현실적인 과제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만일 잉글랜드.스코틀랜드 출신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에 앉는다면 한국축구와 영국의 인연은 각별해질 수 밖에 없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