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와 본프레레의 차이는 간단히 말해 책임감과 일관성입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 수석코치를 맡았던 박항서 전남드래곤즈 고문. K리그 올스타전 OB팀에 뽑힌 그는 20일 열린 올스타전 전야제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과 경질 위기에 몰린 요하네스 본프레레 대표팀 감독의 차이점을 이같이 분석했다. 둘 간의 비교가 가능한 부분은 히딩크 감독도 월드컵 이전 경질 여론에 몰렸던 점. 당시 히딩크는 프랑스, 체코와의 평가전에서 잇따라 0-5로 패하면서 몇몇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아 '오대영'이란 오명까지 쓰기도 했다. 박씨는 "현재의 본프레레 감독 만큼은 아니더라도 그때 히딩크 감독도 위기감을 크게 느낄 정도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고 말했다. 벼랑 끝에 몰렸던 히딩크 감독이 무사히 탈출하게 된 이유는 뚜렷한 목적의식과 노련한 언론 플레이라고 박씨는 설명했다. 박씨는 "당시 히딩크 감독은 전술 부재 등의 비판을 받을 때 '내 목표대로 가고 있는 중이다. 여론은 신경 안 쓴다'고 말하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또 "히딩크 감독이 인터뷰 등에서도 노련하게 대응해 자신이 책임져야 될 부분에서는 떠안으면서 대표팀의 진행 방향을 뚜렷이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반대 여론을 잠재울 수 있었다는 것. 더욱이 월드컵 16강 진출 등에 대한 국민적인 염원이 한데 모아져 있었고 축구협회와 기술위원회 등이 집중적으로 지원한 것도 히딩크 감독이 위기에서 탈출해 결국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구었던 이유로 꼽았다. 반면 박씨는 본프레레 감독의 경우 책임을 지지 않고 앞뒤 말이 잘 맞지 않는 태도에서 화를 자초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박씨는 "본프레레 감독도 유능하니까 데려왔을 것 아니냐"며 "지금까지 대표팀 성적이 불만족스럽기도 했지만 본프레레 감독의 태도가 여론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본프레레 감독은 선수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경기 결과에 대해 지나치게 변명을 많이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다보면 선수들로부터 신뢰를 잃을 수도 있고 언론과 축구팬들도 그를 믿지 못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현 대표팀의 코치진이 빈약한데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히딩코호의 경우 한국인 코치진이 탄탄해 히딩크 감독에게 많은 조언을 할 수 있었는데 본프레레호는 수석코치도 없는 등 여러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 "축구협회가 결정을 바르게 내려야 한다. 언론과 국민들도 협회 결정에 따르고 유임이든 해임이든 대표팀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독일월드컵을 10개월 남긴 상황에서 "만약 해임 결정이 내려졌을 경우 외국인 감독이 다시 대표팀을 맡는 것은 선수 파악시간 부족, 한국축구문화 적응 등의 문제가 있다"며 "선수들의 기량이 향상됐고 국내 지도자들의 경험도 풍부해져 국내 감독에게 대표팀을 맡기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