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 12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감독실에서 2시간여의 코칭스태프 회의중에 잠시 나온 요하네스 본프레레 축구대표팀 감독의 얼굴은 다소 상기돼 있었다. 코칭스태프들과 오는 31일 개막하는 동아시아연맹(EAFF)축구선수권 대회에 나설 '태극전사'들의 명단작성 도중 취재진들의 인터뷰에 응한 본프레레 감독은 오는 26일로 예정된 FC 서울과 보카주니어스와의 친선전에 대한 걱정부터 털어 놓았다. 본프레레 감독은 "대회시작 1주일전인 24일 대표팀을 소집해야 하는 데 FC 서울이 피스컵에 참가하는 보카 주니어스와 26일 친선전을 치르는 것으로 들었다"며 "대표팀에서 뭔가를 하려면 항상 FC 서울이 걸림돌이 되는 것 같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미 몇차례 대표팀 소집문제를 놓고 FC 서울과 마찰을 빚은 데다 FC 서울과 보카 주니어스전이 성사될 경우 박주영과 김동진, 이정열, 백지훈 등 대표팀의 주력멤버들이 첫 훈련부터 빠지게 돼 훈련성과에 김이 샐 것을 우려한 것. 비록 동아시아선수권이 역사와 권위가 있는 대회는 아니지만 '공한증(恐韓症)'을 이어 오고 있는 중국과 '영원한 라이벌' 일본전에서 질 경우 대표팀에 쏟아질 축구팬들의 비난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에 본프레레 감독으로서도 부담감이 만만치 않다. 여기에 이번 대회가 국제축구연맹(FIFA)의 주관대회도 아니여서 유럽의 해외파 선수들을 불러 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K리그 전기리그를 마치고 체력적으로 힘들어 하는 국내파 선수들을 다시 모아서 훈련에 나설려면 충분한 훈련시간을 확보해야만 한다. 이런 상황에서 몇몇 선수들이 훈련에 뒤늦게 합류하게 된다면 조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게 본프레레 감독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FC 서울 역시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FC 서울의 한 관계자는 "안보내 주겠다는 것도 아니고 FC 서울로서도 중요한 경기인 데 축구협회에서 협조해 줘야 한다"며 "이미 이런 일을 예상해 축구협회 관계자와 상의했고 긍정적인 대답도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표팀 차출 문제 등 산적한 문제에 대해 축구협회와 협의한 뒤 친선전 일정을 공식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