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선에 돌파구가 없다." 삼성 라이온즈가 시즌 첫 5연패 나락에 빠졌다. 위기의 원인은 타선 침체가 결정적이다. 6월 30일 한화전에서 8안타 5볼넷을 얻고도 병살타 4개로 자멸, 2득점에 그치는 빈곤한 득점력으로 패배를 자초했다. 에이스 배영수는 7이닝 동안 6피안타 3실점(1자책)하고 패전 투수가 됐다. 삼성의 6월 한 달 성적은 9승 1무 14패. 5월의 19승 6패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성적이다. 성적이 급전직하하면서 여유 있던 선동열 감독을 비롯한 삼성 코칭스태프의 얼굴에도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현역 시절 '해결사'로 맹활약했던 한대화 수석코치는 "전반적인 타선 침체 속에 그나마 잘 하던 선수들까지 분위기에 휩싸이면서 슬럼프가 길어지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승엽(29. 지바 롯데 마린스)의 사부(師父) 박흥식 타격코치도 "타순을 바꾸고 타격 훈련량도 늘리는 등 여러 시도를 하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어 고민이 깊다"고 토로한다. 이들의 의견을 종합한 삼성 타선의 침체 원인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양준혁, 일시적인 슬럼프가 아니다. 시즌 타율 0.230, 5경기 타율 0.188의 양준혁(36)은 위풍당당을 잃은 지 오래다. 통산 최다 안타 신기록을 세우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였으나 한 번 빠진 늪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삼성 코칭스태프의 진단에 따르면 그의 부진은 일시적인 게 아니다. 한 코치는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지만 배트 스피드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파워도 예전만 못하다"고 말한다. 결정적인 것은 하체 힘이 예전만 못하게 빠졌다는 점이다. 박 코치는 한 발 더 나아가 "개인 의견이지만 양준혁을 2군으로 보내 심기일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한다. 2군에 있으면 혼자서 부진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라며 그의 2군행을 조심스레 점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1군에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가 워낙 현격하다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어 더욱 해답을 찾기가 어렵다. 양준혁을 대신할 깜짝 멤버가 2군에 있는 것도 아니다. ▲심정수, 선풍기 스윙은 그만 6월 한달간 타율 0.165, 4홈런 9타점에 그친 심정수(30)는 허리 통증이 예사롭지 않다. 6월초부터 허리에 통증을 느꼈음에도 참고 견뎌왔던 그는 급기야 중순부터는 지명타자로만 나서고 있으나 제 스윙을 하지 못하며 슬럼프에 빠졌다. 삼진은 6월 한달에만 29개(총 73개)나 추가했다. 박 코치는 "월요일에 특타 훈련을 시키려고 해도 허리가 아프다고 해 훈련을 강 요할 수도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최대한 몸에 공을 붙인 후 강하게 임팩트 하는 심정수의 타법상 허리힘이 동반되어야 하나 허리 통증으로 힘을 제대로 못쓰면서 바깥쪽 변화구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삼성 코칭스태프는 심정수가 '선풍기 스윙'으로 일관하며 해결사 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점에 입을 모으고 있다. ▲김한수, 더블 포지션의 스트레스 '소리 없이 강한' 김한수(34)에 대한 진단은 두 가지다. 수비가 좋아 본업인 3루수는 물론 1루수로도 나서고 있는 그는 아직까지 생소한 1루 수비에 대한 스트레스로 타격에서도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견해가 있다. 두 번째는 5월 초 당한 왼 허벅지 근육통 탓에 하체에 힘을 전혀 주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4월 한달간 타격 타점 톱 클래스에 랭크되며 성공적인 FA 모델을 만들어갔던 그는 그러나 5월 초 왼 허벅지 근육통을 호소했고 이후 2군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으나 100%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 살림꾼 이미지가 강한 그는 이중고 속에서도 5~6월 2할 7푼대 타율은 유지했으나 타점은 두 달 합쳐 16개에 그쳤다. 심정수와 김한수는 FA 1년차라는 징크스, 양준혁은 FA 만료해라는 특성상 공히 ' 더욱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이들을 짓누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문제는 전통적으로 삼성이 백업멤버 육성에 소홀, 이들을 뒷받침할 마땅한 후보가 없다는 사실. 게다가 중심타선인 이들이 침체에 빠지면서 강동우, 박한이 등도 동반 슬럼프라는 도미노 현상을 겪게 될까 삼성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