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대로 힘든 시간이 많았는데 오늘 하루로 싹 잊혀지는 것 같아요." 27일(한국시간) 끝난 US오픈여자골프대회에서 깜짝우승을 차지한 김주연(24.KTF)은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지난 4년간의 고생을 메이저대회 우승컵으로 한방에 날려버린 기분을 담담히 털어놨다. 아마추어 시절 '제2의 박세리'로 불렸던 김주연은 지난 2000년 미국 진출 이후 손목 부상과 슬럼프를 겪으며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이 사실. 김주연은 그러나 박세리가 지난 98년 정상에 올랐던 바로 이 대회에서 자신의 첫 우승을 일궈내면서 별명에 걸맞은 대형 선수로 성장할 발판을 마련했다. 다음은 김주연과의 일문일답. --우승 소감은. ▲아직도 얼떨떨하다. 우승할 줄은 몰랐다. --박세리 이후 US오픈에서 우승한 두번째 선수가 됐다. ▲정말 행복하다. 박세리 언니의 뒤를 따르게 돼 매우 자랑스럽다. 박세리 언니를 목표로 한 걸음씩 올라서고 있다. 그를 매우 존경한다. 우리는 자매같은 사이다. --박세리와는 언제부터 친해졌나. ▲8년 전 중학생 때 처음 만났다. 그때 한국에서 언니는 대단한 선수였다. 그래서 항상 언니를 따르고 지켜보고, 언니처럼 치려고 하면서 그에게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 노력했다. 내게 박세리 선배는 큰언니와 같다. 정말 좋은 충고를 많이 해준다. --그 동안 어려움이 많아 마음 고생이 심했을텐데. ▲운동을 하면 좋은 결과만 있을 수는 없다.그 동안 나름대로 힘든 시간이 많았는데 오늘 하루로 싹 잊혀지는 것 같다. 완전히 잊을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위안이 된다. --언제 우승을 예감했나. ▲18번홀을 마칠 때까지도 전혀 몰랐다. --18번홀에서 벙커샷으로 멋진 버디를 잡았는데. ▲파만 하자는 생각으로 올렸는데 버디가 됐다. 솔직히 보기만 면하자는 생각이었다. 내가 치기 전에 위성미가 먼저 그린에 올리는 것을 보니 그렇게 빠르거나 딱딱해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감을 갖고 핀 가까이 붙이려고 했다. 치고 난 다음에 볼이 굴러가는 것은 보지 못했다. 아마도 가까이 가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주 가깝게 붙는 것이었다. 그때 그린으로 뛰어올랐고 볼이 안으로 들어갔다. --위성미와 함께 한국어로 대화하면서 라운드한 것이 도움이 됐나. ▲사실 우리는 그다지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 않았다. 17번홀 티샷을 한 뒤에야 처음 이야기를 시작했다. --미국 이름은 왜 '버디'라고 지었나. ▲LPGA에 김씨가 너무 많다. 모두가 성은 물론 이름까지 기억할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골프와 관련된 특별한 이름을 짓고 싶었다. 이글은 남자 이름 같아서 버디를 선택했다. --지난해에 비해 한층 발전한 이유는. ▲코치를 바꿨는데 오히려 헛갈리고 제대로 볼을 칠 수가 없어서 옛 스승에게 돌아갔다. 시간을 두고 연습을 많이 했다. --스승이 누군가. ▲밥 토스키다. 2000년에 처음 만났다가 2년 동안 그를 찾지 않았는데 작년 8월에 다시 그에게 돌아갔다. --골프는 언제부터 시작했나. ▲11살 때부터다. 골프숍을 운영하던 아버지 친구(전 프로야구 선수 김일권씨)의 권유로 시작했다. --부모님은 한국에 남아계시는데 자주 방문하나. ▲매년 한번씩은 한국에 돌아가지만 작년에는 Q스쿨에 응시하느라 1년 이상 미국에만 있었다. 지난해 4월 이후 한국에 가보지 못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오늘 우승으로 다음주 매치플레이(HSBC 여자월드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 나갈 수 있게 됐다. 당연히 출전할 생각이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