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3번째 메이저 대회이자 세계 여자골프 최고 권위와 전통의 무대 US여자오픈골프대회(총상금 310만달러)가 23일(이하 한국시간) 밤 개막한다. US여자오픈은 1949년 창설돼 올해 꼭 60회째를 맞는 여자골프대회 최고(最古) 역사를 자랑하는 대회. 또 미국골프협회(USGA)가 주관하는 13개 내셔널타이틀대회 가운데 US오픈과 함께 가장 권위있는 대회이기도 하다. USGA와 함께 세계골프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여자대회를 열지 않기 때문에 세계여자골프대회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남자대회인 US오픈과 마찬가지로 코스 세팅이 까다로워 장타력과 정교함, 그리고 냉정한 경기 운영 등 모든 기량이 고루 뛰어나야만 우승컵을 안을 수 있다. 올해 대회 개최지는 US오픈 3차례, 시니어US오픈과 US아마추어챔피언십이 각각 1차례씩 열린 콜로라도주 덴버 인근 체리힐스빌리지의 체리힐스골프장(파71.6천749야드)이다. 이번 대회 최대 관심사는 '골프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메이저대회 3연승 달성 여부. 사상 첫 한 시즌 4개 메이저대회 석권(그랜드슬램)을 목표로 내세운 소렌스탐은 이미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챔피언십과 두번째 메이저대회 맥도널드LPGA챔피언십을 차례로 제패, 이 대회까지 우승하면 3연승을 내달리게 된다. 그랜드슬램 달성의 7부 능선을 넘는 셈. 30여명에 육박하는 선수가 출전하는 한국 낭자군의 부활 여부도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맥도널드LPGA챔피언십에서 소렌스탐에 3타차까지 따라붙으면서 준우승을 차지한 '장타소녀' 위성미(15.미셸 위)가 다시 한번 '미셸 신드롬'을 연출할 지에도 팬들의 눈길이 쏠려 있다. US여자오픈 개요와 관전 포인트를 정리했다. ▲장타자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코스 체리힐스골프장은 지금까지 여자 대회가 열렸던 어떤 골프장보다 긴 전장을 자랑한다. 6천749야드에 파밸류 71의 체리힐스골프장은 대부분 파4홀이 400야드를 넘어 장타자가 아니면 버디 기회를 만들어내기가 어렵다. 2번홀(파4.415야드), 4번홀(파4.429야드), 9번홀(파4.418야드), 10번홀(파4.414야드), 14번홀(파4.433야드), 16번홀(파4.428야드),18번홀(파4.459야드) 등 11개의 파4홀 가운데 7개가 400야드를 훌쩍 넘는다. 장타력을 지닌 선수들도 이곳에서는 두번째샷을 4∼6번 아이언을 잡아야 하고 비거리가 짧은 선수들은 페어웨이우드로 겨우 온그린을 시도할 판이다. 18번홀은 원래 파5홀이지만 대회 때만 파4홀로 바뀐다. 다만 골프장이 들어선 지역이 해발 1천600m의 고지에 위치해있어 공기의 밀도가 낮은 덕에 볼의 비거리가 약 10% 가량 늘어난다는 점이 선수들에게는 다소 위안이 된다. 선수를 괴롭히는 코스세팅으로 악명 높은 USGA는 러프 길이를 10㎝ 이상으로 높였고 그린 스피드도 한층 빠르게 만들어 98년대회 이후 7년만에 오버파 스코어 우승자 탄생도 점쳐진다. ▲소렌스탐, 메이저대회 3연승 내달리나 소렌스탐이 이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남녀 통틀어 아무도 이루지 못한 그랜드슬램 달성을 눈앞에 두게 된다. 시즌 메이저대회 초반 3개 대회 싹쓸이 우승도 지금까지 한번도 나온 적이 없는 대기록이다. 이미 2개의 메이저대회에서 이렇다할 경쟁자없이 편안하게 우승컵을 거머쥔 소렌스탐은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드라이브샷 비거리 1위(평균 274야드), 그린 적중률 1위(75.3%), 그린 적중시 퍼팅수 2위(1.72개) 등이 말해주듯 기량면에서 적수가 없기 때문. 더구나 소렌스탐은 코스 매니지먼트와 쇼트게임 능력, 그리고 강인한 정신력 등 어느 한가지도 다른 선수에게 뒤지는 것이 없다. 올해 8차례 대회에 출전해 6차례 우승과 1차례 준우승을 올린 소렌스탐의 압도적 전력은 한마디로 '공포' 그 자체다. 그러나 소렌스탐도 '사람'이기에 100% 우승은 장담할 수 없다. 96년 우승 이후 US여자오픈 우승컵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는 소렌스탐은 2002년 대회 때는 2타차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섰지만 줄리 잉스터(미국)에게 역전패를 당했고 2003년에는 마지막홀에서 보기를 범하는 바람에 1타차로 연장전 진출에 실패하기도 했다. 역전의 노장 잉스터와 작년 우승자 멕 말론(미국), 그리고 크리티스 커(미국),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폴라 크리머(미국) 등이 소렌스탐의 연승 저지에 나설 후보로 꼽힌다. ▲한국 낭자군 부활하나 이번 대회에 나서는 한국 선수는 24명. 전체 출전 선수 156명 가운데 20%에 육박해 '미국에서 열리는 한국여자오픈'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러나 우승을 기대하기에는 올해 한국 선수들의 '실적'이 신통치 않다. 98년 이 대회 챔피언 박세리(28.CJ)는 여전히 예전 실력이 살아나지 않았고 박지은(26.나이키골프)은 고질적인 허리 통증이 도지면서 자신감까지 잃었다. 그러나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소렌스탐을 넘어서기에는 벅차다지만 김미현(28.KTF)과 한희원(27.휠라코리아)이 상승세로 돌아설 조짐이고 박희정(25.CJ), 장정(25)이 어느덧 강자로 자리를 잡았다. 또 강지민(25.CJ), 안시현(21.코오롱엘로드), 김초롱(21), 김영(25.신세계) 등도 '사고'를 낼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는 선수들이다. 박세리가 서서히 슬럼프 탈출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기대감을 부추기고 있다. 여전히 불안하지만 박세리는 20일 끝난 웨그먼스로체스터에서 이틀 연속 언더파스코어를 냈고 아이언샷 정확도가 부쩍 높아졌다. 드라이브샷에서 자신감을 되찾고 퍼팅 감각만 돌아온다면 의외의 성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설레고 있다. 이와 함께 'LPGA의 미래'라는 찬사를 듣고 있는 위성미의 존재가 '코리언 파워'에 원동력이다. 위성미는 올들어 SBS오픈 준우승에 이어 시즌 두번째 메이저대회 맥도널드LPGA챔피언십에서도 소렌스탐에 이어 2위를 차지해 이제는 우승도 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위성미는 특히 장타력이 요구되는 체리힐스골프장에서 다른 선수들에 비해 한결 편하게 그린을 공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렌스탐의 유력한 '대항마'로 등장했다. 이와 함께 위성미와 일본의 골프스타 미야자토 아이와의 재대결도 흥미롭다. 일본여자프로골프 작년 상금 2위 자격으로 초청받은 미야자토는 내년 LPGA 투어에 진출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LPGA 투어의 미래를 어깨에 짊어진 두명의 '영스타'가 어떤 성적표를 받아쥐게 될 지도 관심이 아닐 수 없다. 한편 한국 선수들 1라운드 티오프 시간은 다음과 같다. (*표는 10번홀 티오프) △23일 오후 10시= 김슬기 △23일 오후 10시44분= 조령아 △23일 오후 10시44분= 강지민* △23일 오후 10시55분= 제인 박 △23일 오후 11시6분= 김미현, 송아리 △23일 오후 11시6분= 안시현* △23일 오후 11시17분= 장정 △23일 오후 11시17분= 박세리* △23일 오후 11시50분= 김하나 △23일 오후 11시50분= 정일미* △24일 0시1분= 송나리 △24일 0시1분= 양영아* △24일 오전 3시15분= 조아람* △24일 오전 3시26분= 김주미 △24일 오전 3시48분= 이정연 △24일 오전 4시10분= 박지은, 한희원 △24일 오전 4시21분 = 김초롱 △24일 오전 4시21분=박희정* △24일 오전 4시32분= 김주연 △24일 오전 4시43분= 위성미 △24일 오전 4시43분= 강수연* △24일 오전 4시54분= 김영* (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