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초이' 최희섭(26.LA 다저스)이 들쭉날쭉한 출장으로 타격감 조절에 애를 먹고 있는 가운데서도 연일 후끈 달궈진 방망이를 과시하며 붙박이 1루수 쟁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희섭은 11일(이하 한국시간) 부시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미국 프로야구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원정경기에 1루수 겸 2번타자로 선발 출장, 6-7로 뒤진 6회초 통렬한 역전 중월 스리런 홈런을 작렬해 팀의 9-8 역전승을 일궈냈다.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에서 홈런 2방을 몰아친 이후 불과 나흘만에 터진 홈런으로 최희섭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플래툰 시스템(상대 투수에 따라 좌타자와 우타자를 번갈아 기용하는 것)'을 적용, 완전한 기회를 주지 않고 있는 짐 트레이시 감독에게 확실한 무력 시위를 벌였다. 최희섭은 1회초 선취점을 뽑는 적시타를 때린 것을 비롯해 이날 1볼넷을 포함해 4타수 2안타 4타점의 불꽃 활약으로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하며 시즌 타율도 종전 0.269에서 0.280로 대폭 끌어올렸다. 최희섭은 또 이날 홈런으로 시즌 홈런 수를 6개로 늘려 일약 팀내 홈런 3위로 올라섰다. 홈런 1,2위를 달리고 있는 제프 켄트(8홈런)와 밀튼 브래들리(7홈런)가 각각 올시즌 117차례, 123차례 타석에 들어선 반면 최희섭은 올메도 사엔스와 교대로 출전하느라 이들보다 훨씬 적은 82타석만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타석 당 홈런수는 최희섭이 오히려 앞선다. 바꿔 말하면 최희섭이 그만큼 드문 드문 오는 찬스를 잘 잡고 있다는 뜻도 된다. 최희섭은 타점 역시 15타점으로 늘리며 경쟁자 사엔스(13타점)를 넘어서는 동시에 제프 켄트(27타점), 제이슨 필립스(21타점), 밀튼 브래들리(18타점)에 이어 팀내 4위로 도약했다. 기록만 갖고 보면 클린업 트리오급 활약으로 1루수라는 파워포지션에 어울리는 확실한 파워히터로 서서히 변신하고 있는 모습. 최희섭은 폴 데포스타 단장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붙박이 1루수의 꿈을 안고 올 시즌을 힘차게 출발했으나 데이터를 중시 여기는 트레이시 감독이 작년에 이어 또다시 플래툰 시스템을 운용하자 타격감 조율에 애를 먹고 4월 말까지 타율 0.200 초반을 좀처럼 넘지 못하는 부진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솔로홈런을 포함해 5타수 4안타의 맹타를 휘두른 후 방망이가 날카로워지기 시작했고, 지난달 30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데뷔 후 첫 역전 만루포를 쏘아올리며 자신감을 완전히 회복했다. 트레이시 감독은 그러나 최희섭의 방망이가 완전히 살아났는데도 좌투수가 나오면 라인업에서 빼는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좌투수를 상대하는 사엔스가 현재까지 타율 0.284에 2홈런, 13타점으로 기대에 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희섭이 붙박이 1루수를 꿰차는 지름길은 출장 기회가 올 때마다 화끈한 활약을 펼치며 실력으로 사엔스를 멀찌감치 따돌리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지금과 같은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붙박이 1루수, 더 나아가 다저스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거듭나는 것이 머지 않아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현윤경기자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