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프로야구가 전체 시즌(126경기)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팀당 19~20게임을 소화한 가운데 만년 하위권 팀들의 거센 반란이 야구판 전체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 꼴찌 반란의 주역은 작년 시즌 나란히 꼴찌와 한 계단 위인 7위에 그쳤던 롯데와 한화다. 두 팀은 올해 역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시즌 전에 내려진 전문가들의 전망을 비웃듯 게임을 거듭할 수록 오히려 전력이 급속도로 안정되며 현재 3위, 4위로 신바람을 내고 있다. 두 팀은 26일에도 현대와 두산을 각각 7-6, 4-3 한점 차로 누르며 최근 상승세가 그저 스쳐지나가는 '반짝 돌풍'이 아님을 웅변했다. 특히 2001년부터 무려 4년 연속 꼴찌를 도맡았던 롯데의 환골탈태는 눈부실 정도. 롯데는 '호화군단' 삼성과의 개막전 2연전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진 것을 비롯 시즌 초반 타선의 침묵 탓에 최하위로 처지며 시범경기 1위의 돌풍이 '찻잔 속의 태풍'이 아니냐는 비아냥을 샀다. 하지만 지난 13일 한화와의 경기에서 이대호의 만루홈런 등 17안타를 폭발, 15-5 대승을 거두며 방망이의 물꼬가 터지자 롯데는 무서운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손민한-이용훈-염종석-박지철-장원준으로 이어지는 선발 로테이션이 어느 해보다 든든하고, 노장진이 세이브 단독 1위(7세이브)에 올라있을 정도로 뒷문을 철통같이 지키고 있는 가운데 이대호와 박기혁, 새로 뽑은 외인 타자 킷 펠로우 등의 불방망이가 가세하면서 승률이 점차 올라가 어느덧 5할이 훌쩍 넘는 승률로 단독 3위까지 도약했다. 롯데가 살아나자 한동안 야구에 마음이 떠나있던 부산 팬들도 오랜 실망감을 털어내고 사직구장에 구름 관중을 몰아주며 프로야구 전체로 야구 열기가 확산되는 또다른 효과까지 내고 있다. 한화 역시 겨우내 별다른 전력 보강이 없어 올 시즌 고전이 예상됐지만 당당히 상위 4팀 가운데 이름을 올리며 초반 이변을 이끌어 야구 보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게다가 정민철과 문동환, 지연규 등 추억의 노장 투수들의 보란 듯한 부활과 연봉이 3천만원도 안되는 김인철이 홈런 1위를 달리는 등 무명 선수들의 맹활약은 팬들에게 감동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롯데와 한화가 시즌 초반 일으킨 돌풍이 끝까지 이어져 100주년을 맞은 프로야구 전체를 뜨겁게 달구는 훈풍으로 작용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현윤경기자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