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그 실력 그대로" '맏언니' 구민정(32.현대건설)이 오랜만에 장시간 코트를 휘저으며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구민정은 16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벌어진 프로배구 2005 V-리그 도로공사와의 라이벌전에서 2세트부터 풀타임 출장 팀에서 블로킹 1개 포함해 13득점을 올리며 팀의 3-2 대역전승에 앞장섰다. 현역 여자 배구 최고령 선수이자 작년까지 대표팀 부동의 레프트로 군림한 구민정은 허리와 고관절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올 시즌 주로 벤치를 앉아 교체 선수로만 아주 가끔씩 모습을 드러내 왔다. 하지만 '미리보는 챔피언 결정전'이란 중요한 의미를 띤 이날 경기에서는 초반 상대의 조직력에 허둥대며 맥없이 무너지던 팀의 구심점 노릇을 하며 맏언니 노릇을 톡톡히 한 것. 직접 올린 점수도 점수지만 팀의 '정신적 지주'로서 위기 때 젊은 선수들이 안정감을 잃지 않고 경기할 수 있게 한 것이 어떤 의미로는 더 큰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1세트를 13-25의 더블스코어 차로 내주며 졸전을 펼친 현대건설이 2세트 '정신적 지주'인 구민정이 들어오자 정대영과 한유미의 공격이 살아나며 정상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 있었기 때문. 구민정은 또 승부처였던 4세트 6-5에서 왼쪽에서 내리 4개의 스파이크를 성공시키는 등 무려 7득점을 올리며 역전의 발판을 놓았고, 9-10으로 끌려가던 파이널 세트에선 천금의 동점타를 터트리는 등 2득점해 승리에 힘을 보탰다. 구민정은 아직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엔 걷지도 못할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고, 지금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재활훈련을 해야하는 형편. 또 한솥밥을 먹던 강혜미, 장소연이 은퇴한 후 팀의 맏언니로서 느끼는 부담감이 큰 것도 사실이다. 구민정은 "세터도 바뀌고 팀 전력이 약화됐기 때문에 솔직히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는 우리가 한 팀이라도 이길 수 있을까 겁이 났었다"면서 "하지만 경기를 거듭할 수록 후배들 실력이 쑥쑥 늘고 손발이 척척 맞아들어가는 것을 보니 너무나 기특하다"고 대견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구민정은 이어 "이제 개인적인 욕심은 없다"면서 "몇년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뛸 수 있는 동안은 최선을 다해 후배들을 도와준 후 학업을 마치고 지도자로 서는 것이 목표"라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천안=연합뉴스) 현윤경기자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