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인 전력에서 전주 KCC보다 앞선다던 원주 TG삼보가 챔피언결정전 3, 4차전을 모두 내준 것은 `과욕' 때문이었다는 게 양팀 사령탑의 공통된 의견이다. 전창진 TG삼보 감독은 "3차전에서 전반 크게 앞섰는데 3쿼터 들어 일찌감치 승부를 끝내려고 작정했던 것이 패인"이었다며 "3차전에서 꼭 이겨야 장기전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무리했다"고 밝혔다. 3차전에서 체력 고갈을 겪은 TG삼보는 25점차 역전극의 희생양이 된데 이어 4차전에서도 페이스를 찾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 앉았다. 챔프전이 열리기 전 감기 몸살로 입원까지 했던 포인트가드 신기성을 포함해 양경민, 김주성 등도 체력이 바닥난 모습이 역력했고 3차전의 뼈아픈 패배로 자신감까지 잃어 4차전에서는 자신감도 잃은 듯 했다. 전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자밀 왓킨스에게 의존하려는 모습을 보고 나서 경기에 나설 준비가 안 됐다는 것을 알았다"며 "그런 정신으로 무슨 챔프전을 치르려 하느냐고 얘기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선우 KCC 감독이 지적한 연승의 원인도 TG삼보가 3차전 후반부터 부린 `오버 페이스'였다. 신 감독은 "3차전 3쿼터에 TG삼보 선수들의 모습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공수 밸런스가 좋았고 선수들 컨디션도 좋았다"며 "그때 상대가 오버페이스로 고전할 것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TG삼보의 모습을 달리기에 비유해 "100m를 15초에 뛰는 사람은 계속 15초에 뛰어야 오래 달릴 수가 있는데 12초에 끊으려고 하다보면 지구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신산(神算)'답게 상대 체력 저하를 적절히 이용하는 데도 계산이 밝았다. 신 감독은 "상대의 전력은 우리보다 우위이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해서는 이길 수 없다"며 "변칙작전이나 임기응변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체력을 빼놓고 시작해야 승산이 있다고 봤다"며 챔프전 시작전부터 체력전을 펼칠 것이라고 선언했었다. 작전대로 연승을 낚아 신이 난 신 감독은 상대 체력을 더 빨리 고갈시키는 방법을 귀띔하기도 했다. 신 감독은 "외곽 수비는 매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다지 효용이 없고 상대에게 인사이드 수비를 시키는 게 낫다"며 "인사이드 공격을 막는 것은 팔다리에 힘이 더 들어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말 그대로 이상민은 경기 초반 신기성과의 대결에서 의도적으로 골밑 일대일을 자주 시도했고 그렇지 않아도 기진맥진한 신기성(2득점)은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선수들의 체력보다는 정신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한 전 감독이 전주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지는 5차전에서는 어떤 타개책을 들고 나올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장재은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