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프로야구 개막전 사상 최초로 무사사구 완봉승을 일궈낸 배영수(24.삼성)가 경기가 끝난 후 조모상을 당해 주변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향년 80세로 2일 자정께 대구 경북대 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한 김태순 여사는 배영수에게는 부모님보다 각별한 존재. 배영수는 어렸을 때 부터 집안 사정으로 부모님 슬하에서 크지 못하고 누나와 함께 할머니의 손에서 어렵게 자랐고, 그런 만큼 할머니에 대한 효심이 유달리 깊었다. 평소 관절염을 앓던 김태순 여사가 이틀 전 폐에 문제가 생겨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돼 병원에 입원하자 배영수는 유니폼 모자에 '할머니 생각'이라는 문구를 새긴 채 개막전 마운드에 나설 정도. 할머니의 쾌유를 빌며 마운드에서 최선을 다해 공을 뿌려 팀의 4-0 승리를 이끈배영수는 경기가 끝나자 마자 누구보다 기뻐할 할머니의 얼굴을 떠올리며 승전보를 들고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할머니는 이미 의식이 없는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순 여사는 결국 이날 자정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와 손녀를 남겨두고 유명을 달리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만약 하루만 일찍 돌아가셨더라도 배영수는 빈소에 발이 묶여 개막전에 나서지 못했을 터. 가시는 길까지 손자의 앞길을 열어준 할머니의 애틋한 사랑이 절로 숙연해 지는대목이 아닐 수 없다. 배영수는 큰아버지 등 친척들과 함께 빈소를 지키며 비교적 의연하게 조문객들을 맞이하고 있으며 탈상이 끝난 후 빠르면 4일, 늦어도 5일부터는 팀에 합류한 뒤 현대와의 3연전이 시작되는 8일 선발로 다시 마운드에 설 예정이다. 한편 선동열 삼성 감독은 3일 롯데와의 2차전이 끝난 후 빈소를 방문해 애제자 배영수의 슬픔을 위로할 계획. (대구=연합뉴스) 현윤경기자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