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타격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이승엽(29.롯데 마린스)이 일본프로야구 진출 2년째를 맞는 올 시즌을 결국 2군에서 우울하게 출발하게 됐다. 정규시즌 시험 무대인 시범 8경기에서 홈런과 타점없이 단 1개의 안타만을 뽑으며 타율 0.050(20타수 1안타)의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던 이승엽으로선 예고된 행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프로야구 삼성에서 아시아홈런신기록(56개)을 세운 뒤 일본 정벌의 꿈을안고 첫 시즌을 맞았던 지난해 14차례의 시범경기에서 기록한 3홈런 등 타율 0.222,7타점의 활약에 크게 못미쳤기 때문. 특히 올해는 지난 시즌보다 상황이 더욱 좋지 않았다. 이승엽은 지난해 `거포'의 단골 포지션인 1루를 놓고 롯데 `간판타자' 후쿠우라가즈야와 주전경쟁을 벌이며 개막전부터 출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후쿠우라에게 붙박이 1루수 자리를 내주고 지명타자로 나서며 100경기에서 14홈런 등 타율 0.240(333타수 80안타), 50타점으로 지난 시즌을 마감했던 이승엽은 결국 외야수로 보직을 전환하는 아픔을 겪으며 올해 시범경기를 맞았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겨울 국내에서 70여일간 체류하며 강도높은 웨이트레이닝으로 파워를 키우고 삼성 시절 사부였던 박흥식 타격코치의 지도로 전성기 시절의 타격폼을 되찾아 활약이 기대됐지만 뜻하지 않은 부상 악재를 만났다. 연습경기 때 홈런타구를 펑펑 날리던 이승엽이 2월28일 가고시마 스프링캠프 마지막 날 외야 펜스와 부딪혀 목과 왼쪽 엄지손가락을 접질려 시범경기 개막전을 포함해 4경기를 결장해야 했던 것. 시범경기에 첫 출장했던 지난 8일 세이부 라이온스전 때 시원한 2루타를 날리며부상 우려를 씻어내는 듯 했지만 부상 여파로 인한 컨디션 난조와 흐트러진 타격감때문에 이후 헛방망이만 휘두르며 7경기 연속 무안타 행진에 애를 태웠다. 특히 외야에는 팀내 최고의 화력 실력을 뽐냈던 베니 아그베아니(지난해 35홈런등 타율 0.315)와 매트 프랑코(16홈런 등 타율 0.278)가 버티고 있고 새로 합류한메이저리그 경력의 발렌티노 파스쿠치에 오무라 사부로와 이노우에 지윤, 하루 도시오 내국인 선수까지 포진, 이승엽의 입지가 넓지 않았다. 외야 경쟁자인 베니와 프랑코와 파스쿠치는 각각 시범경기 타율 0.233과 0.265,0.200으로 이승엽을 크게 앞질렀고 특히 왼손 전천후 투수 댄 세라피니가 실력을 인정받아 이승엽으로선 용병 1군 엔트리 보유한도(4명)의 덫을 피할 수 없었다. 지난해 시즌 초반인 5월10일 타격 슬럼프에 빠져 2군으로 강등됐다 24일 만인 6월4일 1군에 복귀했던 이승엽이 와신상담하며 몸을 추스러 화끈한 방망이 실력을 보여주기를 팬들은 바라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