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낭자들이 18일 마르코폴로 올림픽 사격센터를 눈물로 적셨다. 그러나 눈물의 재료는 달랐다. 우리 선수단은 당초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에서 금메달을 노렸으나 지나친 부담감이 변수로 작용했다. 비록 금메달은 놓쳤지만 48세의 독신녀인 허명숙 선수는 기대하지 못했던 은메달을 차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허 선수는 그동안 '연습용'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따라 다녔다. 연습때의 성적과는 달리 막상 대회에 나가면 힘을 못썼기 때문이다. 이번 은메달도 그녀로선올림픽 사상 첫 메달이다. 허 선수의 인생은 우리 장애인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6세때 소아마비를 앓았고,선수 생활을 하면서도 겨울이 되면 연습을 접고 구슬꿰기를 해야 했다. 여기에서 나오는 월 20여만원과 정부 보조금 40만원이 수입의 전부였다. 지금 갖고 있는 공기소총도 최근 삼성생명이 마련해준 것이다. 그 전의 소총은"갖고 다니기 민망할 정도"였다. 더욱이 그녀는 장애인올림픽 이 종목을 3연패한 김임연(37) 선수에 항상 빛이가렸다. 만년 2인자란 말도 들었다. 허 선수는 은메달이 확정된 뒤 눈물을 쏟아냈다. "어렵게 살아온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고 한다. 그녀는 "딸 걱정만 하다가 5년 전에 돌아간 어머니 생각도났다"며 눈을 감기도 했다. 이관춘 사격팀 감독은 "허 선수로선 금메달보다 값진 은메달일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 대회 4연패에 도전했다 좌절한 김임연 선수는 "4연패에 대한 정신적 부담감이 컸다"며 사격장 한 구석에서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컨디션 관리에 노력했지만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라며 "대회가 첫날이 아니고둘째날 열렸으면 (심적 부담이 줄어) 금메달을 딸 수 있었을 것"이라고 내내 아쉬워했다. 김 선수는 4세때 소아마비를 앓아 지체장애 3급이 됐다. 그러나 김 선수 특유의승부욕은 훗날을 기약한다는 게 사격 관계자들의 얘기다. (아테네=연합뉴스) 황정욱기자 h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