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깊은 상처를 딛고 새 출발한 이라크 축구가 올림픽 진출이란 기적을 일궈냈다. 이라크는 13일(한국시간) 요르단 암만에서 벌어진 2004아테네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강호 사우디아라비아를 3-1로 꺾고 오만과 쿠웨이트가 0-0으로 비긴데힘입어 지난 88년 서울올림픽 이후 16년만에 올림픽 본선무대를 밟게 됐다. 이날 경기 전까지의 성적은 오만이 승점 8(2승2무1패)로 선두였고 쿠웨이트 승점 7(2승1무2패), 이라크 승점 6(2승3패), 사우디 승점 5(1승3무1패)의 순. 그나마 조 최하위인 사우디와 상대하는 이라크로서는 이 경기를 반드시 이기고조 1,2위인 오만과 쿠웨이트가 비긴뒤 오만과 골득실을 따져야 하는 극히 힘든 상황이었지만 올림픽 티켓은 기적같이 이라크 품에 안겼다. 전쟁 때문에 경기장 시설이 대부분 파괴돼 연습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이라크선수들은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자마자 그라운드를 내달렸지만 전반 21분 사우디의알 비시에게 선제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러나 올림픽 무대에서 지구촌에 평화의 메시지를 보내려는 이라크 선수들의몸놀림은 주눅들지 않았다. 마침내 하이다르 하산이 6분뒤인 전반 27분 동점골을 뽑았고 후반들어 15분에살리가 결승골을 뽑은데 이어 44분에 하와르 모하메드가 쐐기골을 터뜨렸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을때 전해온 오만-쿠웨이트전의 결과는 0-0 무승부. 마침내 골득실에서 3골 앞서며 오만까지 제친 이라크 선수들은 서로 부둥켜 안은채 눈물을 쏟으며 16년만의 올림픽 본선 진출의 기쁨을 오래도록 만끽했다. 이라크의 수비수 아메드 알완은 경기 후 "미칠 것 같이 기쁘다"며 "우리는 온갖어려움을 이겨냈기 때문에 올림픽 출전권은 당연한 선물이다"고 말했다. 마땅한 경기장이 없는 데다 전후의 불안정한 사회 분위기 때문에 요르단에서 홈경기를 치른 만큼, 오락이라고는 축구밖에 없는 이라크인들의 감흥은 더 컸다. 낭보를 전해 들은 이라크인들은 소총을 집어들고 거리로 뛰쳐나와 축포를 쏘아댔고 바그다드의 하늘은 30분 동안이나 줄줄이 발사되는 예광탄 불꽃으로 붉게 물들었다. 전날부터 "우리 팀이 이기고 쿠웨이트와 오만이 비기는 기적이 일어나도록 신께기도하자"는 글이 끊임 없이 올라왔던 인터넷 '이라크 스포츠 포럼' 게시판(http://www.aliraqi.org)에는 이라크 올림픽팀 선수들을 영웅으로 칭송하는 글이 쏟아졌다. 이웃나라 아랍인들의 축하 메시지도 속속 게시되는 가운데 한 이라크 축구팬은"아랍 형제들의 축하에 감사하고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글을 남겼다. 이라크 축구팬들은 "아드난 마지드 올림픽팀 감독은 아시아 최고의 명장"이라며테러 우려에 독일로 피신한 베른트 슈탕게 감독 대신 총감독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