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배구대표팀이 세계랭킹 4위의 강호 이탈리아를 격파하고 아테네올림픽 본선 진출을 사실상 확정했다. 김철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2일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체육관에서 열린 2004아테네올림픽 여자배구 최종예선에서 최광희, 구민정, 강혜미 등 베테랑들의 투혼에 힘입어 이탈리아를 풀세트 접전 끝에 3-2(17-25 10-25 25-17 25-18 18-16)로 대역전승을 거두고 파죽의 4연승으로 단독 1위를 달렸다. 8개팀이 풀리그를 벌이는 이번 예선에서 3경기를 남긴 한국은 상대가 약체 나이지리아(세계랭킹 38위), 푸에르토리코(17위) 등이어서 아시아 1위와 전체 3위까지 4개팀에 주어지는 아테네행 티켓을 사실상 획득했다. 한국은 또 2002년 이후 이탈리아에 4연패를 당한 끝에 승리를 거뒀고 역대전적에서는 19승8패로 우위를 이어갔다. 태극낭자군의 투혼과 조직력이 이탈리아의 가공할 공격력을 뛰어넘은 한판 명승부였다. 한국은 먼저 두 세트를 내줘 패색이 짙었으나 부상으로 목에 테이핑을 하고 나온 세터 강혜미와 주포 구민정 등 맏언니들의 투혼에 정대영, 김세영, 김사니 등 후배들이 몸을 사리지 않는 파이팅으로 화답하면서 3세트부터 대반격에 나서 짜릿한대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한국은 첫 세트에서 레프트 최광희와 라이트 정대영의 공격으로 13-11까지 앞서 나갔으나 상대 주포 센토니에게 내리 5개의 스파이크와 블로킹 포인트를 내줘 순식간에 역전을 허용하고 이어진 리니에리, 파치니니의 공격을 막지 못해 첫 세트를 빼앗겼다. 한국은 182-185㎝의 탄력넘치는 장신 공격수들이 즐비한 이탈리아에 집중 포화를 얻어맞아 2세트마저 힘없이 내줘 그대로 무너지는 듯 했다. 그러나 전날 2m대 장신군단 러시아를 침몰시킨 한국의 저력은 3세트부터 유감없이 진가를 발휘했다. 부상으로 제 컨디션을 찾지 못했던 강혜미를 세터로 투입한 한국은 3세트 12-12에서 대각 공격과 블로킹으로 3연속 포인트를 올려 리드를 잡고 최광희가 상대 블로커벽 사이를 뚫는 과감한 스파이크로 한세트를 만회했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4세트에서 이탈리아의 잦은 범실을 틈타 리드를 잡은 뒤 정대영이 중앙과 오른쪽을 오가며 불꽃 강타를 내리 꽂아 승부를 마지막 세트로 끌고갔다. 5세트에서도 초반 리드를 잡았던 한국은 9-9에서 파치니니와 센토니에게 계속공격을 허용해 11-14까지 뒤져 위기를 맞았지만 정대영의 공격과 김미진의 블로킹,김사니의 서브에이스로 극적인 듀스를 만든 뒤 16-16에서 최광희의 스파이크와 장소연의 블로킹이 터져 손에 땀을 쥐게 한 승부를 마무리했다. 한국은 오는 14일 오후 6시 숙적 일본과 아시아 최강의 자존심을 건 일전을 치른다. ◆12일 전적 △아테네올림픽 여자배구 최종예선 한국(4승) 3-2 이탈리아(2승2패) (서울=연합뉴스) 옥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