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연패 뒤 1승은 3승을 올린 것과 같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1년7개월여만에 값진 승리를 거둔 '서니' 김선우(27.몬트리올 엑스포스)가 그동안의 마음 고생을 털어내며 모처럼 밝게 웃었다. 3일(이하 한국시간) LA 다저스와의 경기에서 깔끔한 피칭을 보여주며 팀의 연패를 끊은 김선우는 국내 메니지먼트사인 김민석 ㈜엠크레스 대표에게 기쁨을 전하며 올 시즌의 선전을 다짐했다. 이날 34℃의 높은 기온 때문에 고전했다는 김선우는 "초반에는 제구력이 좋지 않았지만 경기를 할 수록 자신감이 생겼고 보스턴 시절 많은 도움을 받았던 상대 선발 노모 히데오와 대등한 경기를 했다는데 만족한다"고 말했다. 김선우가 승리투수가 된 것은 지난 2002년 9월 29일 신시내티 레즈전에 선발 등판해 승리를 건진 이후 처음이다. 지난 98년 고려대 2학년을 마친 뒤 메이저리거의 꿈을 안고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한 김선우는 마이너리그 싱글 A부터 한계단씩 올라 갔고 2002년 탬파베이 데블레이스와의 경기에서 행운의 구원승을 거둬 성공을 예감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보스턴에서 2승2홀드, 방어율 7.45를 기록했던 김선우는 같은 해 7월 재정이 불안한 몬트리올 엑스포스로 트레이드됐고 9월 29일 이적 후 첫 승을 올리며 선발 로테이션에 무난히 합류할 것 같았지만 2003년 개막전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며 활약을 펼치지 못하던 김선우는 올 시즌 중간계투로서 5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선발 진입을 노리다 3일 찾아온 찾아온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값진 선발승을 낚았다. 올 시즌 좋은 투구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해 김선우는 슬라이더를 보강한 덕택이라고 평가한다. 빠른 직구와 각도 큰 커브를 갖고 있는 김선우는 슬라이더도 자신이 있었지만 보스턴 시절 코칭스태프로부터 어깨를 보호하기 위해 슬라이더를 자제하라는 충고를 지켜왔었다. 하지만 올 시즌부터는 슬라이더를 본격적으로 던지기 시작하면서 구질이 더욱 다양해져 상대 타자를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요령을 터득했다. 또한 지난 해 12월 강수연(28)씨와 결혼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은 것도 한 몫을 했다. 6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식을 올린 아내 강씨는 구단에서 배정한 호텔을 전전하는 힘든 신혼생활이었지만 김선우에게 큰 힘이 됐다. 이제 팀에서 입지를 굳힌 김선우는 올랜도에 짓고 있는 새 집이 올 해말 완공될 때까지 캐나다의 몬트리올에 주택을 임대해 둘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김선우는 "갑자기 선발 투수로 올라왔고 낮 경기였기 때문에 오늘 목표한 투구수는 80개였다. 다음 등판 때는 투구수를 90-100개로 올려 확실한 선발 투수로 자리잡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