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스포츠 10강의 명예를 회복하라.' 2004아테네올림픽(8월 13∼29일)을 불과 100일 앞둔 한국 선수단은 역대 참가대회 중 가장 많은 금메달로 4년 전 시드니대회 때 아깝게 밀려났던 세계 '톱10'으로 복귀한다는 당찬 목표를 세웠다. 지난 84년 LA올림픽 때 종합 10위에 오르며 스포츠 강국 대열에 합류한 한국은안방에서 열린 88년 서울대회 때 역대 최고인 4위까지 뛰어 올랐다. 그러나 이후 92년 바로셀로나대회(7위), 96년 애틀랜타대회(8위)에서 하향곡선을 그리다 급기야 2000년 시드니대회 때는 종합 12위에 그쳐 16년간 지켜왔던 세계10강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이런 점에서 1896년 제1회 근대올림픽이 개최됐고 2천700년 전 고대올림픽이 처음 열렸던 올림픽의 발상지에서 열리는 아테네대회는 위기에 빠진 한국 엘리트체육의 중흥을 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100일 앞으로 다가온 아테네올림픽을 위해 태릉선수촌 등에서 비지땀을 쏟고 있는 한국 선수단이 세운 목표는 88년과 92년 대회 때 수확했던 금메달 12개를 넘어역대 가장 많은 13개의 금메달로 세계 10위권으로 재진입하겠다는 것. 지금까지 20개 종목, 301개 세부종목에서 203명이 이미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었고 티켓이 확정되지 않은 종목에서도 70명 이상이 출전권을 추가 획득할 것으로보여 280여명의 선수가 부푼 꿈을 안고 아테네에 입성할 전망이다. 이는 284명의 선수가 참가했던 4년 전에 못미치지만 시드니 대회 때 동메달을일궜던 남자 야구(23명)가 탈락한 점을 감안한다면 내용은 더욱 알찬 것이어서 10위권 복귀 목표 달성 기대를 부풀린다. 태릉선수촌 훈련본부가 올림픽 출전 종목의 코칭스태프의 의견을 참고해 작성한경기력 종합분석에 따르면 금메달이 유망한 종목은 태권도(금메달수 3개)와 양궁,레슬링(이상 2개), 유도, 배드민턴, 탁구, 사격, 체조, 펜싱(이상 1개) 등 9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시드니대회 때 3체급을 석권했던 태권도는 이번 대회에서도 화려한 발차기로 금메달 3개를 목표, 한국의 세계 톱10 복귀를 이끄는 효자종목이 될 전망이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파리에서 열렸던 올림픽 세계 예선전에서 국가별 최대 쿼터인 4체급 모두 출전권을 획득했음에도 세계적인 전력 평준화로 아성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종주국으로서 체면 유지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금메달 만큼이나 힘들다는 국내 대표 최종선발전을 남겨둔 가운데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에 빛나는 남자 간판 문대성(삼성에스원.80㎏급)과 이원재(가스공사.68㎏급), 여자 67㎏급의 김연지(한국체대), 장지원(에스원.57㎏급)이 메달 기대주로 꼽힌다. 5차례 대회에서 금 11, 은 6, 동메달 4개를 일궈낸 `메달밭' 양궁도 4개의 금메달 중 남녀 단체전 우승을 장담하고 있다. 또 여자 개인전에서 지난해 세계선수권 2관왕에 올랐던 윤미진(경희대)과 박성현(전북도청)이 금빛 과녁을 겨냥하고 있고 역시 세계선수권대회 때 남자 개인전 은메달과 단체전 금메달로 데뷔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임동현(충북체고)과 미남궁사 장용호(예천군청)도 금메달을 향해 활 시위를 당긴다. 금메달 `단골'이었던 레슬링 역시 자유형 84㎏급의 문의제와 그레코로만형 66㎏급의 김인섭(이상 삼성생명)에게 금빛 사냥을 기대하고 있다. 84년부터 96년까지 줄곧 금메달을 따다 시드니대회 때 `노골드' 수모를 당했던유도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전력을 앞세워 끊어진 금맥을 잇겠다고 벼르고 있다. 금메달 목표를 당초 2개에서 1개로 낮춰 잡았으나 지난해 오사카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랐던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73㎏급)와 황희태(90㎏급, 이상 마사회), 최민호(창원경륜공단.60㎏급)가 다시 한번 금빛 메치기에 도전하고 최종 선발전을남겨둔 66㎏급의 `영원한 라이벌' 김형주와 정부경(이상 마사회)도 아테네에 입성한다면 색깔이 문제일 뿐 메달권 진입은 유력하다. 또 배드민턴에선 세계 최강의 혼합복식 `골든듀오' 김동문(삼성전기)-라경민(대교눈높이)조가 올해 콸라룸프르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으로 이룬 파죽의 70연승과 14개 대회 연속 우승의 여세를 몰아 올림픽까지 제패할 태세다. 중국의 초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탁구에선 올해 아시아지역 예선 남자복식 2위에올랐던 2002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 `콤비' 이철승-유승민(이상 삼성카드)조가 금빛스매싱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메달 기대가 높아진 사격도 대표 선발전 때 여자 공기소총에서 400점만점을 나란히 쏘았던 조은영, 서선화(이상 울진군청)와 아테네 프레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명중시켰던 `겁없는 고교생 총잡이' 천민호(경북체고)도 남자 공기소총 메달가시권에 들어 있다. 이 밖에 최근 국제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체조는 양태영(경북체육회)과 조성민(전북도청)이 각각 평행봉과 도마에서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고부산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에페 2관왕 김희정(계룡시청)도 금빛 찌르기로 김영호(남자 플뢰레 개인전 금메달)의 시드니 우승 신화를 재현하겠다는 각오다. 또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삼성전자)는 올림픽 월계관으로 마라톤 인생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하겠다는 벼르고 있고 은메달을 목표로 삼은 하키와 핸드볼도 메달사냥으로 구기종목의 자존심을 세울 심산이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는 미국과 러시아, 중국, 프랑스, 독일이 종합 1∼5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은 개최국 그리스를 비롯해 영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루마니아, 폴란드, 헝가리, 호주 등과 6∼15위 안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메달 사냥이 순조롭다면 종합 8위 또는 9위에 랭크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기자 chil8811@yna.co.kr